‘대한통운 비자금 수사’ 정치권으로

  • 동아일보

곽前사장 “일부 盧정부 유력 정치인 3인에 건네”
리베이트 수사는 마무리… 해운사 3곳 4명 기소

1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69)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의 일부를 노무현 정부 당시 유력 정치인인 J, K, H 씨 등 3명에게 건넸다고 진술해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13일 대한통운의 비자금 조성 및 해운회사의 리베이트 제공 비리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곽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곽 전 사장이 정치권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돈의 성격과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은 자신이 졸업한 고교 출신 언론인 모임의 고문을 맡아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2000년 11월 대한통운이 모기업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곽 전 사장이 대한통운의 회생을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곽 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본 뒤 이를 바탕으로 건네진 자금의 불법성 여부 등을 본격 조사할 방침이다. 곽 전 사장의 진술에서 거론된 정치인들은 “곽 전 사장은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곽 전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검찰은 13일 대한통운과 컨테이너 검수 및 고박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N해운회사 김모 회장과 김모 감사 등 해운회사 3곳의 간부 4명을 기소했다. 검수업체는 컨테이너가 제대로 싣고 내려졌는지 검사하는 업체이며, 고박업체는 컨테이너를 선박에 고정시키는 업체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과 김 감사는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60·구속) 등으로부터 2004년 11월∼2009년 9월 매월 매출액의 3%를 리베이트로 받아 모두 109차례에 걸쳐 9억여 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컨테이너 검수회사인 A사로부터 매출액의 5%를 리베이트로 받아 모두 1억90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중국계 해운회사의 한국법인인 C사 이모 대표(60)는 컨테이너 하역 계약 등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국동 사장에게서 2004년 12월∼2007년 8월 33차례에 걸쳐 7억7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대표는 자신의 운전사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 등으로 돈을 송금받아 생활비 등에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위스계 해운회사의 한국법인인 M사 한모 부산지사장(57)도 당시 대한통운 부산지사장이었던 김모 씨(60)에게 1억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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