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종시 오래 안끌것” 정면돌파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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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정치 담론만 무성” 비판
대안 놓고 논리대결 예고

단독 조찬 회동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단독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 대표에게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단독 조찬 회동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단독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 대표에게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李대통령 “숙고하라”
정치적 이해-감정대립 경계, 효율성 실증논거 내놓을듯… 예산반영 고려 이달중 유력

친이 “국민투표하자”
“수도기능 분할은 중대사, 국민에게 선택권 드려야”… 여론수렴 내세워 공세로

청와대가 2일 정부 내의 세종시 관련 연구에 대해 “생각보다 매우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세종시 문제를 질질 끌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면 돌파를 예고한 것이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도 국민투표론을 주장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 靑 “데이터 갖고 논쟁하자”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리실에서 내부적으로 연구검토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의 의견 표명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총리실의 논의를 지켜보겠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얘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껴왔던 것과 대비해 보면 정부 내 세종시 수정안 마련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수석은 특히 “정치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담론만 무성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세종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되 데이터를 갖고 논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올해 초부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용역을 수행해 세종시를 유력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복합중심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세종시 수정안 마련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 수석이 현재 진행되는 논란을 ‘정치적 담론’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실증 자료를 통해 기존 계획안의 허실을 짚고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청와대식 세종시 해법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 고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따라서 효율성과 현실성이라는 실증 논거를 제시함으로써 박 전 대표의 예봉을 피하고, 논리 대결로 판세를 전환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다”고 말한 것도 정치적 이해나 감정 대립보다는 대안을 갖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수석은 세종시와 관련한 청와대의 의견 표명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삼갔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해서는 내년 예산에 관련 사업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이달 중 구체적인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친이계 “원안 수정” 지원사격

친이계 일각에서는 세종시 수정을 위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친이계는 10·28 재·보궐선거 전에는 세종시 관련 언급을 피했지만 이번 주 들어 공세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처 이전으로 인한) 수도 기능의 분할은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당론은 원안대로 하는 것이었지만 당론을 바꾸게 되면 당론 수렴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당내 ‘세종시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세종시 수정론에 앞장서온 차명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최종 결정은 국민이 해야 하며 국민에게 선택권을 드리는 게 맞다”며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차 의원은 박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한 데 대해 “정치권이 국민에게 약속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장래가 달린 문제”라며 맞섰다.

대전이 고향인 김용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며 “청와대는 국민투표 방안을 포함해 국민을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당내에 원안대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며 “여론의 올바른 판단으로 박 전 대표와 충청권의 마음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세종시 수정이 정부의 기본 방향으로 보인다”며 “수정법안도 제출돼 있는 만큼 이제 수정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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