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번엔 신흥국 외교 박차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텃밭 다지고…
베트남 캄보디아 아세안 20일부터 방문해 경협 논의

우군 만들고…
아프리카 미니富國 세이셸 대통령 초청, 어제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이 ‘신(新)아시아 외교구상’의 본격적인 가동에 나선다.

청와대는 14일 이 대통령이 20일부터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하는 데 이어 24, 25일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를 계기로 강대국 사이에서의 활동 공간을 확보한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신흥 세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 쪽으로 눈을 돌려 역내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행보다.

특히 베트남은 신아시아 외교 구상의 일환으로 한국의 성공 경험을 공유하기로 한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양국의 교역량은 1992년 수교 당시 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98억4000만 달러로 약 20배 증가했다. 이 대통령은 응우옌민찌엣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응우옌떤중 총리 등과의 면담을 통해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플랜트 및 기간시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타진할 계획이다. 또 광물자원의 개발과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 자원 에너지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방문국인 캄보디아는 이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경제고문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훈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캄보디아 내 조림지를 통한 삼림자원 확보 및 광물자원 공동연구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또 농업 분야의 기술 및 인적 교류 협력, 양국 간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 등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어 24일부터 태국 후아힌으로 이동해 한-아세안, 아세안+3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에 잇따라 참석한다. 올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조성된 협력의 모멘텀을 지속시키면서 외교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세이셸공화국의 제임스 앨릭스 미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프리카 동남부의 116개 섬으로 구성된 세이셸의 총면적은 제주도의 4분의 1(455km²)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다. 인구도 8만7000명 정도로 아프리카 최소다. 그러나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고급 휴양지로 유명하며 참치 수출을 주로 하는 수산업이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131달러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다.

세이셸은 2007년 여수박람회 유치 경쟁에서 적극적으로 여수를 지지해 1표를 던졌다. 미셸 대통령의 방한은 우리 정부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본관에 나와 미셸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는 등 어느 큰 나라의 정상들 못지않은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고 한다. 미셸 대통령은 세이셸의 석유 매장 가능성에 한국이 관심을 가져줄 것과 세이셸의 주요 산업인 관광 수산업에 한국 기업이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무대에 나가면 인구 10억이 넘는 중국 인도나 8만 인구의 세이셸이나 똑같은 한 표를 갖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통해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게 바로 실용외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8월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방한해 제주에서 이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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