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뉴딜?… 평양 2012년까지 살림집 10만채 건설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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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총괄說

평양시민 15% 수용 규모
군인 동원… 곳곳 공사판

대규모 자금조달이 숙제
대남 유화행보 관련 주목

최근 대외적으로 파격적인 대남 유화행보를 펴고 있는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대규모 건설판을 벌여놓았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의 탈출구로 대규모 토목공사 위주의 ‘뉴딜정책’을 폈던 것을 본떠 ‘북한판 뉴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가능성도 높다.

○ 유례없는 대규모 공사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31일 수도 건설에 참가할 군인들이 전날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7일에는 김일성광장에서 2012년까지 평양에 10만 채 살림집을 건설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평양 시내 인구가 250만여 명이고 북한의 가구당 구성원이 평균 4명임을 감안하면 10만 채에는 평양 시민의 15% 이상이 살 수 있다.

북한은 1989년에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평양에 광복거리와 통일거리를 조성하는 등 대규모 공사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이때는 경제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뿐 아니라 6년 동안 벌판에 7만 채를 건설해 규모가 지금보다 작았다. 반면 지금은 도심의 낡은 아파트들을 허물고 새로 건설해야 하는 데다 공사 기간도 3년에 불과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6년에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과거엔 한직이라 할 수 있는 수도건설담당 1부부장으로 임명한 사실은 그가 평양 건설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대규모 공사를 위한 건자재 공급기지도 이미 마련했다. 2003년 착공돼 올 4월 1단계가 완공된 대동강타일공장은 앞으로 74만 m²의 넓은 용지에서 연간 2억2500만 m²의 기와와 타일, 수지가공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장 건설에 북한에선 거액인 8000만 달러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 공사비 어떻게 마련할까

북한이 대규모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북한은 토지보상비가 없고 군인 등 공짜 인력을 쓰기 때문에 건설비가 매우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도 자재와 유류비 등은 북한 사정에서 여전히 큰 부담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장 부장이 책임지고 있는 평양수도건설총회사가 대외무역까지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장이 올해 상반기 일본 당국과 비밀 접촉해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10억 달러를 지원받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도 최근 보도됐다. 북한이 평양 건설에 남측 자본과 건설회사의 참여를 타진했고 일부 국내 건설업체가 관련 건설 계획서를 제출 또는 검토했으나 최근 남북관계 경색 때문에 실제 참여는 무산됐다는 보도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 자력으로 대규모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 소식통들은 평양시내의 전력 사정이 상당히 좋아지고 열차 운행도 1990년 초반 수준을 회복하는 등 북한 경제가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좋아진 것이 느껴진다고 전한다. 올해만 해도 전국 주요 도시의 중심도로가 전부 아스팔트로 새로 포장되고 지금은 간선도로 포장이 시작됐다는 것. 4년 전만 해도 삼지연공항 포장을 위해 남측이 지원한 아스팔트를 몰래 빼돌려 순안공항을 포장했던 것을 떠올리면 상당히 여유가 생겼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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