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다 잃을라” 깃발내린 장외투쟁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 민주 전격 등원 배경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당지도부, 丁대표 압박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장외투쟁을 선언한 지 35일 만인 27일 국회 등원을 선언한 배경엔 원내 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실리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외투쟁 동력이 약화된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성도 있었지만 다음 주 단행될 개각과 관련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 여당을 비판하며 10월 재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등원 선언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경기 양주시의 한 사찰에서 열린 워크숍이었다. 이 워크숍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최고위원 등은 거의 한목소리로 조건 없는 등원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정기국회에서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고 투쟁해야지 국회 바깥에만 있을 수 없으며 등원은 명분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는 “미디어관계법 처리와 관련해 유감 표명 등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 봤자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외투쟁의 동력도 약화된 게 사실”이라며 “실리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 정기국회 일정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대변인은 “9월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추석이고 추석 이후에는 민심이 나눠진다. 또 추석 후에는 국정감사가 있고 국감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재선거에 돌입한다. 야당으로서는 유리한 일정이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와 국감을 통해 정부 여당을 비판하면서 재·보선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크숍에 앞서 이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 초까지 진행한 소속 의원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대다수 의원이 등원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조만간 개각을 단행하고 여권이 개헌과 선거제도 행정구역 개편 등의 이슈를 내세워 정국을 주도하려 하는 상황에서 장외투쟁만 벌이고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등원 선언을 환영했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각(晩覺)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빨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 국회 일정 등을 협의해서 성과 있는 정기 국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겠다는 것처럼 반가운 소식”이라며 “국회 안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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