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재개 돌파구 마련”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13일 풀려나 귀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도 활기가 돌았다. 현대아산 직원들이 TV를 통해 유 씨의 귀환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13일 풀려나 귀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도 활기가 돌았다. 현대아산 직원들이 TV를 통해 유 씨의 귀환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현대, 玄회장 체류연장에 기대반 불안반 ‘긴장속 3박4일’
“김정일 면담 통해 금강산-개성관광도…” 기대감 표출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44)가 13일 전격 석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아산을 비롯한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아산은 이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10일 평양 방문 이후 이날까지 3박 4일 동안 북측으로부터 한 가닥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현대 측 임직원들은 다소나마 긴장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 또 한번 돌파구 마련한 현 회장의 리더십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유 씨 석방으로 다시 한번 현 회장이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은 북한의 ‘몽니’에 밀려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현 회장은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왔다.

북한은 2005년 9월 일방적으로 금강산의 하루 관광객 수를 평소의 절반인 600명으로 제한한 데 이어 10월에는 “현대그룹과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그룹이 당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퇴출시켰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앞서 현대아산은 내부 감사에서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가 드러났다며 그를 8월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었다. 북한은 당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현대아산의 인사까지 참견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회장은 11월 개성으로 건너가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회담을 갖고 금강산관광 재개에 합의했다. 현 회장은 당시 “북측과 오해를 풀었다”는 말로 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북한은 또 이듬해 5월 개성관광 사업자를 바꿔 달라고 통일부에 요청하고 7월부터 남측 인사의 개성시내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대가’를 더 요구하는 북측의 억지였다. 하지만 현 회장은 ‘합의 준수’를 고수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북한은 당초 합의대로 개성관광을 현대아산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앞으로 가져올 ‘선물’에도 관심

유 씨 석방 이후 현대그룹의 관심은 현 회장이 어떤 성과를 더 가지고 돌아오느냐에 쏠려 있다. 현재 현대그룹이 놓인 상황은 과거 몇 차례 있었던 위기와 비슷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으로의 경의선 육로 통행을 하루 3회로 제한하고 상주 인원도 880명으로 줄였다. 지난해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데 이어 12월에는 개성관광도 끊겼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 리스크’와 원료, 제품 수급 차질로 경영난을 겪게 됐다. 북한은 올해 6월 토지임대료와 북한 근로자 임금을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쉽게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현 회장이 이미 김 위원장을 3차례나 만나 친분을 쌓았다는 점도 이런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의 최우선 과제인 유 씨 문제를 해결해준 북한이 남아 있는 ‘대남(對南) 협상카드’를 현 회장의 희망대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또 만약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승인한다고 해도 한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줄지도 의문이다. 관광사업이 북한에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사업인 만큼 우리 정부도 국제 사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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