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0일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미디어관계법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기득권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기득권을 지키는) 규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이날 ‘기득권 세력’이라고 지칭한 대상은 기존 방송법을 토대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매체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기존 방송사와 이를 지원하는 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득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오늘 내가 작심하고 고위 (정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일방적인 기득권 해체’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일단 기득권을 인정한 후 새로운 세력이 (방송에) 참여하는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시장에 진출하려는 쪽도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 의장은 이를 기득권 세력과 신규 진입 세력 사이의 ‘상생(相生)’ 방안이라고 표현했다. 또 “이것이 (미디어법뿐 아니라) 우리 사회 도처에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측과 새롭게 진출하는 측의 갈등을 푸는 핵심”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의미에서 김 의장은 미디어법 처리가 앞으로 사회 각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의장은 국회에서 미디어법 처리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를 “국회가 갈등 해소를 하고 기득권을 양보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해세력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미디어법을 이번 국회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야 간 협상이 깨질 경우엔 의장으로서 최종 중재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있는 사안은 국회에서 오래 끈다고 결코 합의가 안 된다”면서 “오래 끌면 끌수록 갈등이 더 생기고 (국회가) 이해관계 대립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수정안에 대해선 “내가 평소 얘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3월에 어렵게 여야가 합의한 사안의 토대 위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현재 국회의 이상한 본회의장 대치 모습이 ‘꼴불견’인데 이것도 모자라 단상을 점거하겠다고 티격태격하고 물리적 충돌까지 하는 모습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며 “만약 단상을 점거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