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의장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김형오 국회의장이 20일 의장실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제 기자
김형오 국회의장이 20일 의장실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제 기자
미디어법 주내 직권상정 시사

김형오 국회의장이 20일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미디어관계법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기득권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기득권을 지키는) 규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이날 ‘기득권 세력’이라고 지칭한 대상은 기존 방송법을 토대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매체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기존 방송사와 이를 지원하는 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득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오늘 내가 작심하고 고위 (정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일방적인 기득권 해체’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일단 기득권을 인정한 후 새로운 세력이 (방송에) 참여하는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시장에 진출하려는 쪽도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 의장은 이를 기득권 세력과 신규 진입 세력 사이의 ‘상생(相生)’ 방안이라고 표현했다. 또 “이것이 (미디어법뿐 아니라) 우리 사회 도처에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측과 새롭게 진출하는 측의 갈등을 푸는 핵심”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의미에서 김 의장은 미디어법 처리가 앞으로 사회 각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의장은 국회에서 미디어법 처리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를 “국회가 갈등 해소를 하고 기득권을 양보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해세력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미디어법을 이번 국회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야 간 협상이 깨질 경우엔 의장으로서 최종 중재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있는 사안은 국회에서 오래 끈다고 결코 합의가 안 된다”면서 “오래 끌면 끌수록 갈등이 더 생기고 (국회가) 이해관계 대립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수정안에 대해선 “내가 평소 얘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3월에 어렵게 여야가 합의한 사안의 토대 위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현재 국회의 이상한 본회의장 대치 모습이 ‘꼴불견’인데 이것도 모자라 단상을 점거하겠다고 티격태격하고 물리적 충돌까지 하는 모습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며 “만약 단상을 점거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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