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괜찮지만 北가족 생각에…”

입력 2009-07-09 03:00수정 2009-09-22 00:4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이 8일 개원 10주년을 맞아 국내외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하나원 내 유아방에서는 탈북자 자녀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왼쪽) 하나원 시설 곳곳에서 자유롭게 거니는 유니폼 차림의 탈북자들을 볼 수 있었다. 안성=변영욱 기자
■ ‘탈북자 둥지’ 하나원, 10돌 맞아 내부 첫 공개

“인민 굶는데 웬 미사일” 北비난
치아 부실해 소화불량 달고 살아
교육중엔 컴퓨터가 가장 인기
통일부 “내년 제2하나원 착공”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면/앞에 떠오르는 어제 날(예전) 그 시절/에도는 기러기마냥 갈 곳 없이 헤매던 길/서럽게 날아온 몸 밥 앞에 두고 웁니다.”

8일 경기 안성시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 본원 제2교육관에는 탈북자 20여 명이 지은 시와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한 공기 가득한 밥 그림 위에 적힌 ‘밥 앞에서’라는 짧은 시는 탈북 과정의 극심한 굶주림을 생생하게 전했다.

통일부는 이날 정관계 인사 등 400여 명을 초대해 하나원 개원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정부는 처음으로 내외신 언론에 하나원 내부 촬영을 허용하고 탈북자들과의 면담도 주선했다. 탈북자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걱정하며 떠나온 북한 체제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올해 4월 한국에 온 양강도 출신의 이모 씨(35·여)는 “혼자 탈북했는데 북한에서 고생할 가족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함경북도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올해 6월 한국에 온 황모 씨(31·여)는 최근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인민들이 굶어죽게 생겼는데 무슨 미사일이냐”라고 쏘아붙였다. 마침 이날이 김일성 주석 사망 15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황 씨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하나원은 탈북자들이 탈북 과정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한국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탈북자의 둥지’ 역할을 한다. 탈북자 출신으로 영화 ‘크로싱’ 조감독을 맡은 김철용 씨(35)는 “하나원의 심리상담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나의원의 전정희 간호사는 “탈북자들은 젊은 나이에도 어금니가 없어 제대로 씹지 못해 소화불량, 만성 위염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하나원 만족도는 높았다. 올해 2월 한국에 온 함경북도 출신의 임모 씨(38·여)는 “고향에 두고 온 아들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언어의 이질감과 취업 걱정이 있지만 이곳 생활은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했다. 하나원은 제공하는 교육 중 특히 컴퓨터교육이 인기라고 한다. 천주교 성당과 불교 법당, 개신교 예배당도 마련돼 있다. 하나원 관계자는 “하나원 탈북자 중 무교가 절반이고 신자 중에는 기독교인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이날 하나원 곳곳에서 노란색이나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탈북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공중전화로 어디론가 전화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상당수 탈북자들이 낯선 외부인에 놀라 얼굴을 돌리거나 경계했지만 일부는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탈북자들이 생활하는 숙소는 온돌방이며 한 방에 3, 4명이 생활한다. 안성 본원은 탈북자 7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3일 문을 연 경기 양주시 분원은 최대 250명이 생활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현 장관은 “북한 이탈 주민 문제는 인도주의와 인권, 우리 사회 선진화와 복지, 통일과 국가 미래의 문제”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처럼 ‘하나원에서 가정까지’라는 모토를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약속하며 내년 중 제2의 하나원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원은 개원 첫해 수료 탈북자가 28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3005명이 하나원 교육과정을 마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지금까지 탈북자 1만4297명이 하나원을 거쳐 갔다.

안성=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