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 안상수 “야합의 악습 고리 끊겠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지난달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주변 4개국 주한 대사를 초청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주변 4개국 주한 대사를 초청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단독국회 소집 첫 승부수

미디어법 표결 등 원칙 고수
“마냥 밀어붙여선…” 우려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친이(친이명박)계 재선인 A 의원을 국회 원내대표실로 불렀다. 안 원내대표는 A 의원에게 “미디어관계법과 비정규직법 처리를 미룰 수 없다. 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할 게 뻔하니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안 원내대표는 23일 단독으로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법안 처리를 위한 준비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해 왔다.

지난달 선출된 안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임시국회를 민주당의 동의 없이 소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역구(경기 의왕-과천) 4선인 그는 당내에서 ‘완고한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주변으로부터 ‘꽉 막혀 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원칙과 정도(正道)를 중시한다.

이날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안 원내대표는 ‘법과 원칙’ 문제부터 꺼냈다. 그는 “민주주의의 제1원칙은 ‘대화와 타협’이지만 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여당은 원칙에 맞지 않는 합의를 해주는 야합의 악습 고리를 끊고 정치를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개원 이후 1년 동안 “여당이 무기력하게 야당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들었다. 본인 스스로도 원내대표가 되기 전까지 ‘지도부의 무기력함’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정치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며 “뒷거래로 국회가 굴러가면 겉으론 번지르르하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관계법과 비정규직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한다. 여야 3개 교섭단체가 3월에 미디어관계법을 ‘6월에 표결 처리한다’고 합의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선진당의 중재안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반영해 수정안으로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에 대해 “몇 달째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으며 직무유기를 했다”고 비판하고 “지금까지 받은 판공비와 세비를 반납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강경’ 기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마냥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 여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원내부대표는 “안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의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안 원내대표가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명분을 쌓고 6월 국회 회기 중에 쟁점법안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진영과 쇄신파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의총에서 단 한 사람도 단독 국회에 반대한 의원이 없었다”며 “모든 여당 의원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나가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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