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의 남자들’ 黨-軍 요직 포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北 후계체제 구축 주도할 핵심엘리트 9명 살펴보니…
조직-홍보 기본부서 장악… 인민충성 유도 총력
전문가 “김옥-오극렬 ‘문고리 실세’도 주목해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 김정운이 지명됨에 따라 후계 체제를 구축할 북한 엘리트들의 면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재국가의 권력자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지배 엘리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26세인 김정운의 경우 아버지의 측근 중에서 권력기반(power base)과 개인적 자질(personal qualification), 정책능력(policy-making ability) 등 ‘3P’를 갖춘 후견그룹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22일 한반도평화연구원이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김정운의 후계구도 구축에 기여할 핵심 엘리트 9명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 실장이 사전에 배포한 발표문 내용과 이에 대한 다른 전문가들의 평가를 함께 들어봤다.
○ 당과 군의 요직 인사 역할론
정 실장은 북한 권력의 양대 축인 조선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주요 인사 중에서 김 위원장 및 김정운과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후계구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한 엘리트 인사들을 꼽았다. △당 조직지도부(이제강 이용철 김경옥 제1부부장) △당 선전선동부(최익규 부장, 이재일 제1부부장) △국방위원 중 군 출신(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국방위원 중 기타 부서 출신(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등이다.
북한에서 노동당의 ‘기본부서’로 불리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그리고 최고 국가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조직지도부는 당과 군, 내각 등 전체 엘리트들의 조직과 인사를 장악하고 있고 선전선동부는 독재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인민들을 선동하는 역할을 한다. 김정운은 아버지 김 위원장이 1970년대 두 부서를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조직과 인맥을 구축하고 2대 세습의 기반을 다진 경험을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민군 총정치국은 군 내부의 정치사업을 책임지고 있어 새 지도자에 대한 군의 충성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맡고, 국방위원회 내 당과 내각 출신 인사들은 후계구축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 불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제도보다 실질적 권력이 더 중요
전문가들은 일부 이견을 나타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제도에 나타나지 않은 실질적인 권력의 소유자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일정과 건강 등을 챙기고 있는 네 번째 부인 김옥(국방위 과장)과 호위세력 등 ‘문고리 및 간병인 권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부에서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당 작전부 등 대외 간첩 조직을 합친 군 총정찰국장 추정)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강 제1부부장에 대해서는 2004년 김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을 후계자로 내세우려다 장성택 부장과 권력 다툼을 했던 ‘전력’ 때문에 김정운의 남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장성택 부장은 김정운 개인에게 충성을 하기보다는 김 위원장 일가의 우애와 화합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운의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후계 경쟁에서 배제된 장남 김정남이나 차남 김정철에 해가 되는 임무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군부 인사 가운데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나 오극렬 부위원장, 이영호 총참모장 등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석호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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