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일선복귀 일보전진?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黨일각 “박근혜와 전면 나서야”

본인은 당권 도전설에 선그어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 복귀 문제가 여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 진영에선 가장 많은 세를 확보하고 있는 이 전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3일 ‘2선 후퇴’를 선언함에 따라 이 전 의원이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이 전 의원 측근들 중엔 박희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사퇴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그가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당의 실질적인 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서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3일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실세들이 정치적 책임을 걸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당 구도가 지금처럼 허약한 상황에서 대리인들만 나선다면 반목과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차명진 김용태 권택기 의원 등이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것을 놓고도 “이 전 의원과 사전 교감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중 한 의원은 “교감은 전혀 없었고 그의 당권 도전도 당 쇄신과는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당의 중심축이면서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박 전 대표를 전면으로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은평을에서 10월에 재선거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출마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전당대회를 통한 정계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 친이계 당직자는 “의원직을 갖지 않은 원외 대표가 되더라도 박희태 대표와는 위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본인은 ‘당권 도전설’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이 전 의원은 최근의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당도 변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를 조기 전대와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 전 의원은 당분간 당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강의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부 측근들은 “민심이 사나운 시점에 전면에 나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이 조만간 ‘조기 전대가 열리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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