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전격 단행한 2차 핵실험은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의 의도를 거듭 명백히 밝힌 위험한 도박이다. 이로써 북한 핵의 용도를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가 찍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의 핵은 이제 미국에 비싸게 팔기 위한 ‘협상용’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인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 보위용’임이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 북한 핵은 체제 보위용
1993년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의 용도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북한이 미국과의 최종 ‘담판’을 통해 핵을 내려놓고 정치 경제적 보상을 원할 것이라는 관측과, 북한 지도부가 원하는 것은 독재체제의 유지이므로 미국과의 협상으로 시간을 끌면서 궁극적으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립했다. 논쟁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후에도 계속됐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후자의 입장에서 1차 핵실험 당시 반드시 2차 핵실험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26일 북한은 궁극적인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도 일치된 주장을 내놓았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핵이 협상 카드용이라는 주장은 이젠 옛날얘기가 됐을 뿐 아니라 사치스러운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북한은 착실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대화용이라는 것은 본질을 호도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핵 군축 협상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협상용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핵 군축 협상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어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 북한 핵은 ‘실패한 정권’ 방패막이
북한 핵의 용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달라진 것은 2차 핵실험이 1차 핵실험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2년 7개월 만에 핵 폭발력을 크게 키웠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뒤로는 은밀하게 핵 능력을 보강해온 것이다. 북한은 또 지난달 5일에는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능력을 가지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의 핵개발 목적을 명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북한은 핵 보유를 통해 김정일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독재와 경제적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가 아래로부터의 봉기나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권력을 잃을 것을 우려해 필사적으로 핵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 교체를 통한 강제적 폐기 △대북 봉쇄 및 제재를 통한 옥죄기 △전략적 무시를 통한 장기적 대응 등 달라진 상황에 따른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