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탐지’ 美WC-135 정찰기 동해 급파

‘진짜 핵실험 했나 안했나’ 확인 착수

북한이 25일 실시한 2차 핵실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은 조만간 WC-135 특수정찰기를 동해상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찰기는 냉전시대부터 옛 소련 상공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무대로 핵실험 탐지 임무를 수행해 왔다.

미국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도 이 정찰기를 네브래스카 주의 공군기지에서 일본의 미군기지로 급파했다. WC-135는 북한 동해상을 정찰 비행하면서 방사능 물질을 포착해 핵실험을 최종 확인했다.

이 정찰기는 핵실험 직후 대기로 퍼져 나간 극미량의 방사능 물질을 포착할 수 있는 채집기를 탑재하고 있다. 핵실험 장소 인근 상공에서 공기를 채집해 영하 50도 이하로 낮춘 뒤 특수필터에 통과시키면 일반 공기성분은 빠져나가고 크세논과 크립톤 등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위적인 방사능 물질만 달라붙는다. 크세논과 크립톤 입자는 핵실험 장소에서 수백 km까지 날아가고 폭발 후 최대 100년까지 공기 중에 남아 핵실험을 판별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또 두 물질의 비율을 측정하면 핵실험에 사용한 핵폭탄의 원료가 플루토늄인지, 농축우라늄인지도 구별할 수 있다. 플루토늄으로 핵실험을 하면 농축우라늄 실험보다 크세논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2011년까지 도입
최대사거리 1500㎞ 순항미사일 개발 추진

■ 北 핵공격 대비책은▼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25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핵은 미국의 핵우산으로 억제하고, 북의 핵사용 의도가 포착되면 관련 시설과 발사기지, 운반시설 등을 타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사시 북한의 핵 공격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정밀유도무기로 관련 시설을 파괴하고 핵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군사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2010∼2014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와 차기유도 무기 도입 등 북핵 대비 전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는 최대 500km 떨어진 곳의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장비로, 정부는 올해 안으로 기종을 선정해 2011년까지 2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2015년경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구축함에 탑재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6 미사일을 도입하는 한편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군 당국은 최대 사거리 1500km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1800t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각종 첨단 정밀유도무기 도입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방부는 원거리 정밀 타격을 위해 최대 사거리 400km의 공대지유도미사일(JASSM)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유도되는 통합정밀직격탄(JDAM)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군 당국은 최근 완성된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안에서 북한 핵 위협을 감안해 JASSM은 170여 기에서 270여 기로, JDAM은 1000여 발에서 1450여 발로 도입 수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미국도 이미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제거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유사시 F-15E 전투기와 B-1, B-2 폭격기 등에서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해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 700여 곳의 주요 군사목표물을 제거하는 작전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개발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될 경우 더는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