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구합니다” 검찰 출입기자 아고라에 사과문

  • 입력 2009년 5월 25일 18시 22분


사진 아고라 글 캡쳐.
사진 아고라 글 캡쳐.
대검찰청에 출입하는 모 방송사 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용서를 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안모 기자는 24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염치없는 한 기자가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용서를 구했다. 이 글은 25일 오후 한때 아고라 톱 페이지에 링크됐고 댓글도 2000여 개나 달렸다.

안 기자는 "기자라는 신분을 떠나 한 국민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를 보낸 한 사람으로서 참 비통하고 서글펐다"며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누군가를 난도질하면서 불감증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저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내 스스로 노 전 대통령 앞에 떳떳할 수 있는지. 여론의 비난처럼 검찰의 발표를 스피커처럼 확대 재생산하진 않았는지,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특종에 눈이 멀어 사실을 과대 포장하진 않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며 "이런 자문에 저는 스스로 떳떳하다고 당당히 말하진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모 기자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만나면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기자들이 챙기지 못하는 사실. 바로 특종이었다"며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누군가에겐 대못이 될 수 있는 그런 끔찍한 사실, 그것이 기자의 업보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그 알량한 '팩트', 그 신화에 사로잡혀 제 스스로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왔던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바보 노무현. 당신은 저에게 우리 역사가 결코 강자만의 것이 아닌,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것이 아닌, 굳센 신념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스승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용서를 빕니다"라고 썼다.

안모 기자의 글은 25일 오후 5시 현재 26만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추천 수가 9000건, 반대는 560건이다. 댓글도 2000여 개가 달렸다. 추천 수와는 달리 댓글은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 누리꾼은 "알량한 자기 위안이 아니겠느냐?"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실컷 할퀴고 상처를 내 놓고 이제 와서 면피할 생각이면 그만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나라의 작은 촛불이 돼 달라"는 누리꾼들도 일부 있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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