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지막순간’ 동행경호관“어떻게 살아야할지…” 울먹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사람 지나가네, 하실 때 등산객 봤다
담배 없어 못피우신것 안타까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좋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한 23일 봉화산 산행을 동행했던 경호관 이모 씨(45). 그는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본 인물이다. 동아일보는 24일 단독으로 이 경호관과 어렵게 통화했다. 그는 아직도 그날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통화 도중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미 결심한 상태인 데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불가항력이긴 했지만 경호관으로서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을 떨치기 어려운 때문인지 그는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1년 정도 봉하마을에서 근무한 이 경호관은 평소 과묵할 뿐 아니라 성실성도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경호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약간 울먹이며) 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의 발표와 당시 상황이 다른 부분은 없습니까.
“(경찰) 발표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조사를 나온) 경찰관에게 있는 그대로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오전 5시 45분 (대통령께서) 인터폰으로 (저를) 찾았고 곧바로 사저 대문 앞에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봉화산 정상으로 향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꿨습니까.
“예, (방향을 바꿔) 부엉이바위 쪽으로 가셨습니다.”
―부엉이바위에서는 무엇을 했나요.
“휴식을 하셨다고 보면 됩니다.”
―대통령께서 앉아 있었습니까.
“앉기도 하고, 또 서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요즘도 (부엉이바위에) 부엉이가 있느냐’ ‘담배 있느냐’,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누구지, 기자인가’라는 말을 건넸나요.
“예.”
―투신 직전 부엉이바위 인근으로 실제로 등산객이 지나갔나요. 아니면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의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사람이 지나간다”고 한 것입니까.
“분명히 남자 등산객 한 명이 바위 부근을 지나갔습니다.”
―담배를 찾을 때 담배가 있었다면, 대통령께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담배가 없었습니다. 피우시지 못했죠. 안타깝지만….”
―처음 이송할 때 바로 ‘큰 병원’으로 모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워낙 위독한 상태라 우선 가까운 곳에서 응급처치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여러 가지를 판단하기 힘들었습니다.”
―많이 상심하신 것 같습니다.
“(흐느끼며) 예. (언론의) 보도 하나하나가 (저희에게는) 비수(匕首)가 될 수 있습니다. 통화를 오래하기 힘듭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