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 코가 석자” 미디어법 無대응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계파대립-원내대표 경선에 법안처리 전략 손도 못대

민주당의 ‘미디어 관계법 합의 파기’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내부 분란과 원내대표 경선에만 함몰돼 있는 모습이다. 6월 국회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핵심법안 처리를 위한 전략적 대응 수립에는 손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18일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둘러싼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 대립이 격화된 상태인 데다 21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이계 내부에서도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어 6월 국회를 꼼꼼히 챙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도 ‘합의 파기’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수용을 압박하다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면 ‘우린 할 만큼 했다’며 물러서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한가한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에선 대변인 브리핑 말고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민주당의 합의 파기 공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대변인 브리핑도 야당의 여론조사 주장에 대한 단순 비판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의원들의 외유로 원내대책회의나 최고위원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서 현안을 논의할 기구조차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다.

당내에선 “야당의 생떼 쓰기에 일일이 대응하면 이슈를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 대응을 자제하는 편이 낫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당 쇄신책과 관련해 국정기조의 전환, 폭넓은 정책 스펙트럼 확보 등의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부 초선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법 등을 처리하면서 한나라당이 잃은 게 많았는데 미디어법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6월 국회를 앞두고 실시되는 원내대표 경선도 미디어법 처리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변수가 되고 있다.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 등 차기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은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 정신에 따라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후보들이 모두 야당과의 대화 및 타협을 통한 원만한 국회 운영을 공약하고 있어 새 원내대표가 강력한 야당의 공세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원내대표 직을 맡자마자 여야 간 물리적 충돌 상황을 만들고 싶은 여당 원내대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내대표 후보들이 ‘상임위 중심 국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미디어법 처리를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원내대표 경선 후 바로 이어질 6월 국회에서 경선 후유증 때문에 한동안 당내 결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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