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보다 鄭과 가까운 원내대표… 민주 지각변동 예고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당대표-원내대표 어색한 동거?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강래 의원(오른쪽)이 당선이 확정된 직후 꽃다발을 받아 들고 정세균 대표와 함께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표-원내대표 어색한 동거?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강래 의원(오른쪽)이 당선이 확정된 직후 꽃다발을 받아 들고 정세균 대표와 함께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주류측에 46 : 28로 압승
복당-지방선거 공천 문제, 당내 역학구도 바뀔수도

李 “미디어법 저지할 것”

■ ‘비주류’ 이강래 선출 의미

‘어색한 동거?’

주류 대 비주류 간 싸움으로 치열했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15일 이강래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표 대결은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이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결선투표에서는 유효 투표수 74표(투표 참여자 75명, 무효 1표) 가운데 46표(62%)를 얻어 28표의 김부겸 의원을 압도적인 표 차로 따돌렸다.

선거 결과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정세균 대표와 386세력으로 대변되는 주류 측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당내 불만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주류의 당 운영 방식에 중립지대 의원들까지 반격을 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정세균 체제에 대한 반감이 이강래 의원의 승리로 나타났다”며 “선거 결과를 보면 순수 주류는 28명이란 뜻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진영이 당 권력의 한 축을 장악함에 따라 향후 당 운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가 당의 화합과 통합을 강조한 만큼 당장 주류 측과의 전면적인 대결 양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의원이 비주류 진영의 단일 후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당 운영 과정에서 강성 비주류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과 가까운 ‘정동영계’ 인사로 꼽힌다. 그는 경선 기간에 정 의원의 복당 문제를 주도적으로 중재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에서 정 의원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를 바라는 수요들이 넓게 확산돼 있다”며 정 의원의 복당 불가피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당 지지율을 연말까지 25%로 끌어올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의 당선으로 4·29 재·보궐선거 호남 참패에 대해 “수도권에서 승리했지 않았느냐”고 주장해 온 기존 지도부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관계 설정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은 원내대표가 최종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간 한나라당과의 각종 원내협상에 깊이 간여해 온 정 대표를 사실상 겨냥하는 발언이다. 한 3선 의원은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관계가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전북을 기반으로 함께 자라 온 두 사람이 상하 관계가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여(對與) 투쟁은 강경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도 “미디어 관계법 등 ‘MB(이명박)악법’ 철회가 쇄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 야당’을 원하는 당내 분위기를 감안해 선명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대표적인 ‘전략통’인 만큼 ‘반대를 위한 반대’나 강경 일변도의 투쟁만으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한편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이날 1차 투표에서 김부겸 의원(22표)에게 2표 뒤져 결선투표행이 좌절됐다. 주류 측의 일부 수도권 의원 및 386 의원들이 김 의원 대신 박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박 의원은 ‘김심(金心·DJ 의중)’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그의 패배가 DJ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옛 민주계 인사는 “4·29 재·보선 때 박 의원이 호남에서 ‘김심’이 민주당에 있음을 선전하다 참패하자 DJ의 호남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박 의원의 패배는 DJ의 영향력 감소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요 쟁점 관련 발언

▽정동영 의원 복당

―“호남에서는 정동영 의원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당 밖의 수요가 많아 분열 요소를 안고 있다. 복당 시한을 정하는 것은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

―“정치는 늘 현실이고 생물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내가 중재해서 이 문제를 풀겠다” (15일 당선 인터뷰)

▽미디어 관계법 처리

―“6월 임시국회에서 기필코 MB악법을 저지하겠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악법을 모두 철회하라” (15일 당선 소감 연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DJ 정무수석 지낸 3선…당내 손꼽히는 ‘전략통’

■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강래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흔히 ‘기획통’ ‘책사’로 통한다. 1991년 민주당 정책연구실장 시절 그가 작성한 정세분석보고서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김대중(DJ) 공동대표가 정책담당 비서로 가까이 두기 시작했다. 1992년 14대 대선에 패배한 DJ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로 연수를 갔을 때 수행했고 한동안 DJ의 ‘숨은 메신저’로 통했다.

그는 DJ의 정계 복귀, DJP연합 등을 기획했고 아태재단 선임연구원, 국민회의 정책연구실장을 거쳐 1997년 15대 대선에서 DJ의 기획특보를 맡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거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기획특보를,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친척의 도움으로 상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 졸업 후 고시공부를 하다 고시학원의 정보체계론 강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부끄러움을 잘 타며 감정 표현에 서투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힘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전북 남원(56) △서울 대경상고 졸업 △명지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학 박사 △16, 17, 18대 국회의원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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