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흔들리는 6자회담

  • 입력 2009년 5월 12일 17시 04분


◆동아논평-흔들리는 6자회담

미국의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 뒤 오늘 워싱턴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어제 도쿄에서 "아시아 순방은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귀국 보따리가 묵직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보스워스의 아시아 3개국 방문은 북한의 6자회담 거부라는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물론 일본과 중국도 미국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듣기를 원했습니다. 북한도 보스워스의 순방을 주의 깊게 지켜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보스워스를 만난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6자회담과 관련한 의견교환을 했지만 구체적 대응방안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북한이 긴장할 리가 없습니다. 북한은 로켓발사 도발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북한은 2차 핵실험까지 예고했습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보스워스가 한중일 3개국을 방문하고도 구체적 대응을 내놓지 못한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속수무책이라고 해야 합니까. 보스워스는 대학 학장직을 수행하며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아 '파트타임 특사'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습니다. 그는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책임자로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보다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했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이 빠지면 회담은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거부는 회담 파트너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무시하는 도발입니다.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의 정신과, 2005년 9·19, 2007년 2·13, 2007년 10·3 합의를 묵살하고 폐연료봉 재처리를 재개한 북한을 보면서 5개국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회담 참가국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5개국이 물러서면 6자회담 재개는커녕 북핵 해결 가능성 자체가 무너집니다.

미국은 늦게라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깨우쳐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미국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한목소리로 북한의 6자회담 흔들기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빈사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살릴 수 없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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