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변수’에 흔들리는 ‘2강1중’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11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의원들이 서로 손을 잡고 공명선거 서약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래 이종걸 박지원 김부겸 의원. 김경제 기자
11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의원들이 서로 손을 잡고 공명선거 서약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래 이종걸 박지원 김부겸 의원. 김경제 기자
민주 원내대표 경선 D-3

15일 실시되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박지원 변수’로 요동치고 있다. 김부겸 이강래 이종걸 의원에 이어 박지원 의원이 깜짝 출마하면서 당장 1차 투표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마음을 정했던 의원들도 박 의원의 출마를 계기로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다른 후보들은 박 의원의 갑작스러운 출마 배경이 뭐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정세균 대표가 박 의원의 전격 출마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의원은 복당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아 당내 입지가 약하다”며 “정 대표나 주류 측이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없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11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도 당내에선 논란이 됐다. 1월 22일 신년하례회 이후 3개월여 만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그것도 박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이 나의 출마를 격려해줬다”며 김심(金心·DJ의 의중)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단행한 것을 그저 단순한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등장이 이강래 김부겸 2강(强) 후보 중 주로 누구의 표를 잠식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특히 호남 출신인 이강래 의원으로선 박 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내가 확보한) 고정표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 의원에 대해선 ‘DJ 복심’을 자임하는 박 의원의 가세로 자칫 정통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 의원이 주류 측 후보로 통하지만 정작 주류 측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박 의원의 뒷심이 어느 정도 득표력으로 이어질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의원이 많다”며 “박 의원이 DJ의 후광을 업으려 하지만 ‘박지원=DJ 복심’이란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계파도 복잡한 셈법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는 12일 정기회의에서 이강래 이종걸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결정할 계획이다. 후보를 내지 않아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박상천 전 대표 등 옛 민주계 의원들도 12일 오찬 회동을 갖고 지지 후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 계파가 단일대오를 유지할지는 미지수여서 계파별 합종연횡에 따라 최종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방문한 정 대표를 만나 “역사에서 독재자가 승리한 적이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로, 박정희 대통령은 10·26으로, 전두환 대통령은 6월항쟁으로 넘어졌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억압해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노영민 대변인이 전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요즘 당내에서 정체성 논란이 상당히 많던데 민주당은 늘 중도개혁 정당이었고, 좌든 우든 모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정당”이라며 당의 정체성 문제를 여러 차례 당부했다고 노 대변인은 덧붙였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