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김무성 추대 반대” 朴 한마디에 한나라 또 벌집

  • 입력 2009년 5월 7일 17시 00분


◆박근혜, 김무성 카드 제동 왜?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여권의 쇄신 작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입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친박근혜 진영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고 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김현수 앵커) 당 지도부는 물론 주류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반응에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정치부 고기정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고 기자, 우선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시지요.

(고기정 기자) 한나라당은 지도부는 4·29 재·보선에서 완패를 당한 이후에 무엇보다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 있는 당 내부를 단합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6일 열린 당청회동에서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무성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내 주류세력인 친이계에서도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에 긍정적이었습니다. 당사자인 김 의원도 이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밝히지 않아 묵시적인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박 앵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방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면서요.

(고) 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6일 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서 "당이 잘 해 가지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한다. 당헌 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의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나는 반대다"라고 전했습니다. 박 전 대표가 한 말은 이게 전부인데요, 이 의원은 "정의화 안상수 황우여 의원 등이 원내대표를 두고 일찍부터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는데, 다른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원내대표로 세우는 것은 절차적으로 옳지 않아 분명한 반대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또 "'당이 잘 해가지고'란 말은 국정 운영이나 당 운영에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고 해야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전 대표가 특유의 '한마디 정치'를 통해 원칙론을 다시 한 번 강조함에 따라 사실상 김무성 카드는 물 건너갔다는 게 당 내의 관측입니다.

(김 앵커) 김무성 카드를 처음 빼든 당 지도부나 김무성 의원 본인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고) 박희태 대표 측은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대표실 관계자는 "청와대 회동이 끝난 뒤에 박근혜 전 대표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하려고 있는데 참 골치 아프게 됐다"며 "당에서 잘하려고 했는데 당헌당규를 어긴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나는 처음부터 (원내대표를)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 박근혜 전 대표의 진의를 들어봐야 겠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박 앵커) 박 전 대표가 굳이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나온 이유가 있을 텐데요.

(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에 김무성 카드를 반대한 것은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게 되면 친박계가 국정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도 확실한 이득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습니다. 또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로 빠져 나가게 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이 약화될 수도 있고, 친박계의 추가 이탈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를 미리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 앵커) 이번 일로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당 쇄신안이 어떻게 될 건지도 관심인데요, 전망은 어떤가요.

(고 기자) 김무성 카드가 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나왔던 건데 이번에 폐기될 상황에 놓이면서 쇄신 작업 또한 처음부터 새로 틀을 짜야 할 처지입니다. 당은 이번 주말까지 쇄신위 인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쇄신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는데요, 김무성 카드는 친박을 끌어들임으로서 어떤 면에서는 현 지도부가 재보선의 책임론에서 일정부분 자유로워지는 효과도 갖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지도부 인책론도 다시 비등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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