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盧, 가족뒤에 숨어 구차한 변명”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민주 “집권시절 당당함은 어디로 갔나”

청와대 “박연차 사건 연루된 인사 없어”

검찰 수사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에서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해명한 데 대해 정치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는 부인에게, 500만 달러는 아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미루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며 “포괄적 책임이 있는 노 전 대통령이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운동 경력이 문제됐을 때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말로 피해갔다”면서 “사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가족 뒤에 숨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겁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 자체가 국민적 불행”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남자가 왜 자꾸 안에다 책임을 미루느냐. 전직 대통령답지 않다”며 “‘이것은 내가 한 게 아니고 집에서 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죄를 지었으면 대통령이든 누구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도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노 전 대통령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유가 많고 말이 많으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집권 시절 보여준 노 전 대통령의 당당함과 배치되는 행동에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박연차 사건과 연루된 청와대 인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언론이 루머성 기사를 쓰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의혹의 눈길이 청와대로 쏠리자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측을 긴장시키는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연루 의혹이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천 회장은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설사 천 회장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 해도 그 돈에 연루된 청와대 참모진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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