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달 재보선 ‘잔인한 4월’ 우려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이러다 4월 재선거에서 지는 것 아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사람 가운데 여권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의 4월 재선거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이어 이종찬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이름이 나오자 여권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추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비서관은 현 정권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 곁에서 국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들”이라면서 “특히 천 회장의 경우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로 누구나 다 인정하는 측근 중 측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직 수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여권은 이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통상 여권 인사들의 비리 연루는 야권 인사들의 그것에 비해 민심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들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직결될 소지가 크다.

부산 경남에서 여야 정치권 인사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전 경남지사)이 박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가 알려지자 한나라당 내 영남권 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박 회장은 자신이 구속될 경우에 대비해 적지 않은 구명 로비자금을 마련해 전방위로 써왔고 이 가운데 상당 액수가 현 여권 인사들에게 직간접으로 전달됐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경제 살리기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던 여권의 4월 재선거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에서 이번에 모든 걸 털고 가야 한다는 얘기도 없지 않다.

당내에서는 재선거가 치러지는 5곳 중 전주 2곳은 물론이고 인천 부평을과 울산 북, 경북 경주 등 나머지 3곳도 쉬운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여당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누구라도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 데 여야나 지위 고하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은 표적 사정, 편파 수사, 공안 탄압 등으로 정치 보복을 일삼고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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