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공격때 발사지점 타격은 당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1999년 1차 연평해전 승리 이끈 박정성 前 2함대 사령관

北 내부단속 위해 대남 도발카드 쓸 가능성 높아

南, 공갈 협박에 끌려다니는 인식 심어줘선 안돼

NLL 폐기땐 기습침투에 수도권 고스란히 노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히 대처해 대남 협박이 더는 통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움직임에 대해 국방부가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1999년 6월 해군 2함대 사령관으로 제1차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박정성 예비역 해군 소장(60)을 22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함정 간 전투에서는 열세임을 잘 아는 북한이 이번에는 항공기나 각종 대함미사일, 또는 해안포로 아군 함정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군이 완벽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 선제공격할 경우 발사 지점을 타격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연한 얘기다. 평시 우리 군이 수행하는 교전규칙의 ‘비례성 원칙’을 설명한 것으로 본다. 이 원칙에 따르면 적이 어떤 무기로 기습도발을 할 경우 아군은 그에 상응하는 전력으로 타격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교전규칙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

―북한의 최근 동향을 볼 때 NLL 도발 가능성은….

“과거와 다른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볼 때 북측이 도발을 강행할지, 공갈 협박으로 끝낼지는 속단하기 힘들지만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일 와병설 및 후계자 문제, 누적된 식량난, 외부 정보의 유입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불평불만과 동요를 막기 위한 체제 단속이 급한 것 같다. 또 대남 적화전술의 일환으로 남남갈등을 증폭시켜 남한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수단으로서 유일한 카드가 대남 무력도발 협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구체적인 도발 징후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북한군의 부대와 함정, 항공기 등 각종 전력의 이상 동향은 한미 군 당국이 구축한 연합 감시망에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특히 북한의 도발 위험이 높은 서해 NLL의 군사적 동향도 우리 군 당국이 면밀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군의 동향을 볼 때 가장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는….

“북한 해군은 1, 2차 연평해전을 통해 함정 간의 전투에서는 남한 해군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항공기나 지대함, 함대함, 공대함 미사일이나 서해안 진지에 배치된 해안포로 기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 항공기가 아군 함정을 공격할 경우 확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군도 이에 적절히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 1, 2차 연평해전의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1차 연평해전 때는 북한이 반드시 도발할 것을 예상해 대비한 반면 2차 연평해전 때는 북한이 반드시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은 차이가 가장 크다. 군 당국은 어떤 경우에도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1차 연평해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6·25전쟁 이후 남북 간의 첫 대규모 해상전투에서 한 명의 전사자 없이 승리한 것은 우리 장병들의 철저한 준비와 훈련의 결과였다. 우리 장병들의 북한군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없애고, 북한군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 북한군에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고 선군주의를 부르짖는 북한 체제에 충격을 주었다고 본다.”

―NLL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북한의 군사적 위험에 우리 군이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점은 수도권이 NLL에 너무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동서해 측방 해역을 통해 기습상륙으로 침투할 수 있는 전력을 계속적으로 증강해 왔다. 북한군의 남침 시 이러한 북한군의 침공을 사전 탐지하고 격파할 수 있는 수역이 NLL에서 덕적도 서측 해역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NLL이 무너져 덕적도 앞바다에서 북한 해군이 활동한다고 가정할 때 수도권 서측 방어는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NLL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는 날까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 군에서는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별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해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전 국민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남북한 간의 평화와 대화도 가능하다. 더는 북한의 공갈 협박에 끌려 다니는 대한민국이 돼선 안 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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