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만나고나면 더 으르렁…친이-친박 ‘미운 정’조차 없나

  • 입력 2009년 2월 6일 16시 31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6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 친박근혜 진영 사이 풀리지 않는 앙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계파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진화하고 나섰습니다만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김현수 앵커) 스튜디오에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홍수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홍 기자. 최근 양 계파의 상징적 인물인 김무성 의원과 공성진 최고위원이 서로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요?

(홍수영)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의 오찬 회동이 있은 다음날입니다. 친이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정권을 바라보거나 반대만 하면서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됐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입니다.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정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비판하지 않고 조용하게 협조해 왔는데 이제는 다르다"면서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김 의원의 요지는 집권 2년차인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박 앵커) 이들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나섰던데요.

(홍수영) 네, 오찬 회동에서 당 내 화합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주문이 있은 직후라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얼음이 녹아가는 해빙기다. 녹는 과정에는 살얼음이 있기 마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한데 적전 분열이 일어난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인데요. 박희태 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한나라당에 계파는 없고 친소관계에 따라 서로 마음이 통할 수는 있다"고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봉합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통합 친박 모임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박 전 대표의 생일 축하 만찬 자리에서 김 의원이 "앞으로는 같이 모이자"고 제안했고, 친박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전 대표는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모임 구성을 묵인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 앵커) 이재오 전 최고위원 귀국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계파 갈등이 더 증폭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홍수영) 네, 이 시기 친박 세력화는 다음달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염두에 둔 맞대응 성격이 강합니다. 친박 진영에서는 18대 공천 파동의 주역인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할 경우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 전 최고위원이 들어오면 또 다시 친박계를 공격할 테니 자위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4월 재보궐 선거 공천과 당협위원장 인선과 같은 정치 일정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을 요인입니다. 친박 진영은 복당한 친박 현역의원의 지역에 친이계 원외위원장이 직을 유지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세입니다. 이에 대해 친이계 원외위원장들은 당의 방침에 따를 건데 왜 갈등을 조장하느냐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경북 경주의 공천 문제를 두고도 두 계파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양 진영 사이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홍수영) 양 진영간 불신이 상당합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서로 만남이 성사되기도 어렵지만 만나고 나면 오히려 냉랭해지곤 합니다. 성장 배경이 다르다, 표현 방식의 차이가 크다 분석도 다양합니다.

서로에게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오찬 회동에서 "쟁점 법안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류가 추진하는 법안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인데요. 박 전 대표는 쇠고기 파동, 한반도 대운하 논란 등 주요 사안마다 '작심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과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친이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는 승복했지만 이후 국정 운영에 보탬을 준 게 없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반면 친박 진영에서는 홀대 받았다는 겁니다. 여권이 위기에 처하거나 국정 쇄신을 꾀할 때마다 '박근혜 역할론', '탕평인사설'을 흘렸지만 성사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 개선이나 양 진영간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박 앵커) 경제살리기 법안은 산적한 데 여당이 그 모양이니 정말 걱정됩니다. 4월 재보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군요. 홍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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