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金의장 용단을” 민주 “대화는 계속”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떠나는 홍준표… 붙잡는 문국현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교섭단체 대표 자격을 문제 삼아 함께 사진 찍기를 거부하자 문 대표가 홍 원내대표의 팔을 붙잡으며 만류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박영대 기자
떠나는 홍준표… 붙잡는 문국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교섭단체 대표 자격을 문제 삼아 함께 사진 찍기를 거부하자 문 대표가 홍 원내대표의 팔을 붙잡으며 만류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박영대 기자
■ 양당 의원들 당혹… 반발… 격앙

한나라

최고위원들 “금산분리 완화 포기해선 안돼”

주류측 “假합의안 타결돼도 추인 거부해야”

민주

의원들, 與거부 소식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

의총선 “FTA 처리시한 못박은건 잘못” 질타

한때 국회 정상화에 관해 가합의까지 했던 여야가 다시 강경한 대립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대화 계속의 전제조건으로 민주당에 본회의장 점거 해제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한나라당, 강경 모드로 전환=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4시간 가까이 계속된 마라톤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쟁점법안을 강행처리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불법폭력을 미화하는 선전선동의 해방구로 전락시켜 버렸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은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구국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문은 △민주당은 당장 국회 불법 폭력 점거를 풀고 국회 정상화에 임하고 △국회의장은 즉각 본회의장, 상임위 회의장, 로텐더홀에 대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불법점거를 해소하며 △국회의장은 한나라당이 요구한 85개 개혁법안을 직권상정할 것을 촉구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의총에서 “이제는 프레임 전쟁이다. ‘민주당의 폭력’ 대 ‘한나라당의 비폭력’으로 가야 한다”며 “합리적 보수는 원칙과 합의로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는 데는 가담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민주당 의원을) 끌어내는 일은 없다”며 “경위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깨지고 터지는 모습을 국민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가합의안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최고위원들은 주로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을 2월에 합의처리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안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노선을 바꾸기 전에는 규제완화 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특히 공성진 최고위원이 가합의안에 반대하는 주류 측 의원들의 뜻을 정리한 문건을 제시하자 홍 원내대표가 “당신 지난번에 방송에서 나보고 사퇴하라고 했지. 사표 낼 테니까 당신들끼리 잘해 봐”라고 고함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측 안상수 공성진 심재철 고승덕 원희목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가합의안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거부하고 강행처리를 요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당혹해하는 민주당, “대화는 계속”=본회의장에서 8일째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결의 내용을 전해 듣고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민주당에 유리하게 협상이 이뤄진 가합의안이 사실상 물 건너 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그동안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가 협상의 ‘바람’을 띄워 왔고, 사실상 진전도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장기전에 돌입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우리는 대화를 제의하며 기다리는 것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만 해도 내부적으로 ‘MB(이명박 대통령) 악법’의 연내 처리를 저지해 점거 농성의 1차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한나절 만에 끝을 알 수 없는 ‘장기전’의 현실에 맞닥뜨린 셈이다.

물론 민주당 내에도 강경 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는 가합의안에 대해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두 회의에서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처리 한다’는 내용이 처리 시한을 못 박았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특히 협상을 주도한 원내지도부에 대해 “너무 양보를 많이 한 것 아니냐”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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