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金의장 향해 노골적 불만 토로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의장실 출근김형오 국회의장이 2일 보름여 만에 민주당의 점거가 풀린 국회의장실에 출근했다. 김 의장은 이날 “그동안 욕도 많이 먹었고, 앞으로 욕먹을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측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의장실 출근
김형오 국회의장이 2일 보름여 만에 민주당의 점거가 풀린 국회의장실에 출근했다. 김 의장은 이날 “그동안 욕도 많이 먹었고, 앞으로 욕먹을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측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자기 방 점거만 풀면 질서유지냐”

“기계적 중립 지키다 이 지경”

金의장 “욕먹을 각오 돼있어”

김형오 국회의장이 갈수록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등 시간을 끌면서 타협을 모색했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협상은 2일 한나라당이 강경하게 돌아서면서 지금으로선 사실상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2일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에게 ‘질서유지권 발동을 통한 본회의장 정리’와 ‘85개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함에 따라 김 의장으로선 더욱 큰 압박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 내에선 “김 의장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김 의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놓고 싹싹 빌어서 자기 방 점거만 풀었다. 또 빌면 본회의장도 비워 주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 질서유지권이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당내 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장이 ‘본인 정치’를 위해 친정(한나라당)의 처지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절대 다수 여당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기계적인 중립만 지켜서는 국회를 올바로 이끌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장이 몸싸움을 피하려 하는 것을 야당이 역이용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협상이 더 힘들어졌다”며 “현 시점에서는 의장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김 의장의 신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법안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는 데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올해 사자성어로 선택한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을 언급하면서 “김 의장이 부위정경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여권 일각에선 “국민에게 싸움질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고 싶겠느냐” “직권상정 의지를 너무 강조하면 막판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다” 등 김 의장에 대한 ‘동정론’도 나온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욕도 많이 먹었고 앞으로도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며 “욕먹는 것이 무서워 원칙이나 합리성을 저버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렵더라도 조금씩 양보해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며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는 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8일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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