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4 정상회담때 추진한 ‘13개 목표’ 성과는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평화체제 구축 등 5개 최종합의

비핵화 명시 등 6개는 합의실패

정상회담 정례화 등 2개 부분반영

지난해 10·4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는 평화정착 시도와 공동번영, 화해·협력 등 3개 영역에서 13개 목표를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합의문에 반영하려고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최종 합의문에 반영된 것은 남북이 주도하는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구축 등 5개였다.

나머지 8개 목표 중 △북한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협력에 공감대 형성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등 2가지는 부분적으로 반영됐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 명시 등 6개는 북한의 반대로 끝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22일 입수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기본방향(안)’이라는 문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19쪽 분량인 이 문서는 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된 뒤인 지난해 8월 12일 통일부가 관계 부처 의견을 종합해 만든 것이다.

13개 목표 가운데 합의 및 미합의 항목을 나눠 보면 정상회담 합의문을 북한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 정상이 당시 합의한 것들은 △평화체제 구축 노력 △국방장관회담 개최 △서해공동어로구역 설정 △개성공단 2단계 추진 △이산가족 상시면회제도화 등이다. 대체로 북한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정치적 부담이 적은 사안들이다.

이 중 이산가족 상시면회 건을 북한이 수용한 것은 경협투자 약속에 대한 대가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쌀과 비료지원의 반대급부로 이산가족 상봉에 응해 왔다.

반면 합의가 실현되지 않은 6개 항목은 예외 없이 북한이 껄끄럽게 여기거나, 북한으로선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사안이다.

‘핵문제는 한국과 논의하지 않겠다’고 버텨 왔던 북한은 명확한 비핵화 원칙의 공동선언을 거부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중화기 제거, 평화공원 조성 등 장기적인 평화노력도 거부했다. 평소 남북대화 등에서 요구사항을 잘게 썰어 제시하는 ‘살라미 전술’을 폈던 북한으로선 당장 동의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남북경협의 포괄적 군사보장’ 역시 북한이 합의를 거부했다. ‘포괄적’이라는 폭넓은 합의 자체가 북한식 협상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는 북한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던 사안이다.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도 한국 정부의 일방적 희망에 그쳤다.

북한은 10·4선언의 이행을 지금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할 때 북한이 당시 정상회담에서 수용한 것과 거부한 것을 면밀히 분석해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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