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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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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청렴도 40위… 아직 부끄러운 수준
작은 부패라도 엄격히 처벌해야 큰 부패 막아
내부고발 활성화 - 공무원 재량권 축소 추진”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다. 사실상 수년째 답보 상태다.”
공공부문 부패방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양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08년 부패인식지수 발표에서 한국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3단계 상승해 전체 조사대상 180국 중 40위를 기록했지만 부패인식지수는 5.6점(10점 만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점수인 7.11점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수도 지난해보다는 0.5점 상승한 것으로 1999년 3.8점을 받은 이래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그의 솔직한 인식이다.
양 위원장은 한국의 청렴 수준에 대해 “뇌물을 준 경험이 있는 민원인의 비율이 1%도 안 될 정도로 ‘작은 부패’는 줄었으나 힘 있는 집단의 ‘큰 부패’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물을 주고받을 때 당사자는 그 행위를 놓고 위험과 이득을 따지기 마련”이라면서 “엄격한 처벌로 부패에 따른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큰 부패를 막으려면 부패 연루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했다. 무분별한 부패 혐의자 사면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패 행위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려면 부패 행위 적발률을 높여야 한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내부고발이라는 것. 그는 “내부고발을 ‘고자질’과 연관짓는 문화가 청렴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건강한 신고 습관을 갖추도록 가르치는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부패를 줄이려면 규제 개혁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과도한 규제가 곧 부패의 원천”이라면서 “권익위는 처음부터 지키기 힘든 법령과 규제를 걸러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공무원이 지나치게 재량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는 잘 갖춘 편이라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시스템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 아래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태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인도네시아는 부패 척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해 와 도와주고 있다는 것.
양 위원장은 “제도적인 틀은 잘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운영한다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제도가 살아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조직을 운영하는 기관장의 부패 척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