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살’은 北 항의로 빠졌다

  • 입력 2008년 7월 28일 02시 58분


외교부, 당초 경위설명에선 ‘北 요구’ 공개 안해

24일 싱가포르에서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 포함됐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문구가 25일 수정된 최종 성명서에서 빠진 것은 북한의 강력한 삭제 요구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북한이 성명에 금강산 사건이 포함된 것을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 정부에 강력히 문제 삼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북한이 항의한 것과 비슷한 시점인 25일 싱가포르 외교차관과 오찬회동을 갖고 “10·4 남북정상회담 정신에 기초해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의장 성명의) 표현은 실제 회의 때 나오지 않은 발언인 만큼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25일 오후 5시에 수정된 성명서가 나온 것은 북한의 항의 및 한국의 이의 제기를 접수한 싱가포르가 한국에 두 문구의 ‘동시 삭제’를 제안했고 한국이 수용한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25일 최초 설명 때부터 북한의 항의는 언급하지 않은 채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이 차관보가 (10·4) 문구 삭제를 요청했다”고만 설명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성명서 수정 경위를 공개한 것은 교도통신이 26일 “ARF 의장성명이 수정된 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고 보도한 이후다. 따라서 이 같은 외신보도가 없었다면 이를 공개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차관보가 귀국한 26일 오전 외교부로부터 ‘북한 항의’ 관련 보고를 처음 받았다”며 “애초부터 남북 양측이 모두 문제 제기를 해 두 문구가 삭제됐다고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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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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