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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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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유혹 털고 개혁 실천을
새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얼마 못 가서 급락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좌파정권에서 우파정권으로 넘어갈 때 특히 그렇다. 평등을 주장하는 좌파논리에 알게 모르게 젖어 있던 국민이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우파정권의 개혁방향에 은근히 불안과 불편을 느낀다. 후자는 성과주의와 경쟁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권이 좌에서 우로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좌파적 사고가 적지 않게 뿌리 내린 후에 정권이 바뀌었다. 대선이 끝나고 학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이 일시에 오른쪽으로 선회할 때 큰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모두 걱정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참으로 전례 없이 중요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써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2008년의 우향우가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는 그가 내세웠고 1150만 국민이 지지를 보냈던 공약,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창달을 굳세게 밀고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부문 개혁, 규제 완화, 기업투자 활성화, 법치주의 강화를 약속했다.
공공부문 혁신에서 이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를 특별히 강조했고 기업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MB노믹스의 기본 골격을 내놓았다. 이런 개혁 프로그램을 꾸준히 그리고 철저히 실천에 옮겨야 성공했다는 평을 들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개혁 프로그램이 최근 주춤거리며 더러는 축소되는 느낌이다. 전기 수도 가스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정부 발표가 좋은 예다. 촛불집회에 혼이 났고 ‘아고라’의 공격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현상 때문에 인심 잃은 정책은 접어두자는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부지불식간에 이 정부도 포퓰리즘적 사고에 빠져들지 않았는지 염려된다.
집권 5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국정을 냉정하게 다잡아 가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저항에 부닥치고 지지율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초심으로 돌아가 용기를 갖고 ‘옳은 일’을 위해 분골쇄신한 정권은 성공한다. 그렇지 않고 민심의 향배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정권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정책정당성 명쾌하게 입증해야
근대사에서 성공으로 기억되는 드골, 대처, 레이건, 클린턴 정부도 임기 중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용기 있게 돌파하면서 정도(正道)를 지켰다는 기록은 우리에게 실로 소중한 선례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저서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2002년)에서 “나는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은 내 발걸음을 잠시 더디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라고 쓰지 않았는가. 다른 건 몰라도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투자 활성화, 법치주의 강화만은 꼭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정부의 추진력은 반드시 대중과 영합(迎合)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정책의 정당성(正當性)을 명쾌하게 입증할 때 더욱 큰 힘이 솟아나온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국 선진화포럼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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