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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4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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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격 사망한 지 오늘로 14일째다. 박 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실체를 새삼 알게 됐다”는 각성의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도 홍준표 원내대표는 박 씨 사망 사흘 뒤인 14일 국회에서 남북 정치회담을 제의했고 이 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다시 사흘 뒤인 17일 국회회담을 제안했다. 박 씨의 죽음을 애도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경쟁하듯 대북 제의를 하고 나선 것이다. 대체 왜들 이러는가. 북을 응징해도 시원찮을 판에 회담을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니, 무엇이 그리 아쉽고 초조한가.
말이 좋아 국회회담이지 북의 최고인민회의는 노동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그런 기관과 무슨 대화가 될까. 정치회담은 또 어떤가. 북이 광복 이후 한결같이 제의해 온 정치협상, 즉 제(諸)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와 성격이 같다. 북은 줄곧 남한 정부도 여러 단체 중의 하나로 연석회의에 참석할 것을 종용해 왔다. 남한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대남 통일전선전략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를 알고 정치회담을 제의했나.
박희태 대표의 대북 특사파견 발상은 더 희한하다. 북이 남에 사죄(謝罪) 특사를 보내도 마뜩잖을 판에 우리가 북에 특사를 보내 사과를 구걸하자는 것인가. 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당청(黨靑) 간에 엇박자까지 드러냈다. 이러니 북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알겠는가.
한나라당은 지금 국가의 위상을 흔들고 국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제라도 원칙을 지키며 북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른 대북정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매달릴 일은 공허한 대북 놀음이 아니라 경제와 민생(民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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