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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2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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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중위 최원만 하강!" 하늘을 삼킬 듯 한 함성과 함께 800m 고공의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검은 베레모들, 광활한 하늘을 수놓은 검은 점들은 어느새 땅에 착지해 비호같이 적군의 진지로 침투한다.
지난 15일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북 익산에서 특전사 천마부대의 공중침투 훈련이 실시됐다.
땀방울이 온몸을 적시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특전사 대원들의 눈에는 사기가 번뜩인다. 훈련에 앞서 대원들은 PLF(Parachute Landing Fall 공수지상훈련)훈련을 실시한다. 이는 정확한 착지자세, 기체문 이탈, 기능고장, 비상착지 등 우발 상황에 대한 조치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훈련을 한 베테랑 대원들이지만 준비 훈련에 임하는 자세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어 보인다. 이날 훈련에 임한 대원들은 적게는5~6회에서 많게는 1000번이나 강하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PLF훈련이 끝난 뒤 대원들은 산악복과 주낙하산, 보조낙하산 등을 착용하고 다리에는 군장을 결속한다. 이들이 몸에 착용하는 완전군장은 45kg, 여성 한명이 매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낙하할 때 입는 산악복만해도 일반 군복보다 훨씬 두껍고 무겁다. 험악한 적지에 낙하했을 때 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낙하산을 착용한 대원들은 행여나 느슨하게 매어진 부분은 없는지 서로가 서로를 재차 확인한다.
이날 훈련에는 120명의 특전사들이 참여했으며 6개 쇼티(그룹)로 나누어 12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훈련에 동원된 헬기는 CH47치누크 수송헬기로 가로30m 높이6m의 재원을 갖고 있으며 최대 38명의 완전 무장 병력을 탑승 시킬수 있다.
여단장의 격려를 받으며 1쇼티 대원들이 헬기에 탑승했다. 헬기는 고도 800m 시속 180km로 비행하면서 디지(착지지점)로 향한다. 헬기가 이륙하고나면 기체에선 묵직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 순간부터는 단 한치도 방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약 5분 여후 헬기가 디지에 다다르자 후방도어가 열리고 강하조장의 하강 신호가 떨어졌다. 순간 6명의 대원들은 1초의 주저도 없이 한 마리의 새처럼 허공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파란하늘 강렬한 햇살과 함께 지상으로 쏟아지는 특전사 대원들의 모습은 액션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헬기에서 지상까지 다다르는 시간은 불과 50초, 디지에 착지한 특전사는 가장먼저 총부터 풀어서 사주경계를 한다. 그다음 빠른 속도로 낙하산을 정리하여 은닉시킨 뒤 적지로 침투한다.
이렇게 공중침투방법을 숙달한 대원들은 공중침투 후 1박 2일간 전투 모형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전투모형훈련은 적의 주요 목표지점까지 침투하여 폭파까지 실시하는 동안 적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상황을 18개 유형으로 나누어 훈련하는 방법이다
대원들은 이렇게 생명을 담보로 삼는 강도 높은 훈련과정을 수십 차례에 거쳐 받으며 마침내 최고의 전투사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특전사 대원들이 이런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해서 하는 이유도 고도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하여 실전 강하 시 과감하게 기체를 이탈할 수 있는 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들은 “더위와 공포와 싸우며 헬기에 탑승하게 되지만 창공에 몸을 던지는 순간 더위와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한다. 사계절 하늘과 땅, 바다를 누비는 프로전투사 ‘특전사 대원들’ 은 오늘도 뼈를 깎는 고된 훈련을 받으며 조국을 지키고 있다.
익산=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