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추가 기소된 이한정 의원의 황당 행태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3분


경력증명서 요구받자 “前총리 만나느라 바빠서…”

저축銀대표에 전화해 “금융감독원 부원장인데…”

한나라 - 민주에 공천신청 했지만

“여러당 왔다갔다 한다” 퇴짜 맞아

李의원 “당서 먼저 돈 요구” 주장

수원지검 공안부(윤웅걸 부장)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이한정(사진) 의원을 공천과 관련해 5억9000만 원의 ‘공천 헌금’을 당에 제공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의원은 올해 3월 창조한국당 당직자들로부터 비례대표 2번 배정과 관련해 “당 재정이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모 외식업체 대표 박모 씨로부터 7억8000만 원짜리 어음을 빌렸다. 이 어음으로 한 저축은행에서 7억1000만 원을 대출받아 당 계좌로 5억5000만 원을 입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어음할인 대출이 늦어져 당직자로부터 돈 입금을 독촉받자 초등학교 동창에게 4000만 원을 빌려 당 계좌에 입금한 혐의도 있다.

이 의원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도 공천 신청을 했으며 유명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등 황당한 행태를 보였다.

그는 올해 1월 평소 친분이 있던 모 외식업체 대표를 통해 한나라당 중진 의원 특보에게 이력서를 건넸다. 2월에는 통합민주당 고위 인사의 형에게도 공천을 문의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당을 왔다 갔다 해서 안 된다”거나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천을 거부당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만난 B기업 대표 주모 씨와 올해 3월 등산하던 중 C포럼 대표 박모 씨를 소개받았다. 박 씨를 통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만났다.

문 대표는 비례대표 3번을 제안했으나 이 의원은 당선권을 염두에 둔 듯 2번을 고집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 2번이 사실상 확정된 뒤에도 공천심사위원회로부터 경력증명서 등 관련서류 제출을 요구받자 “지금 ××× 전 총리 등 고위공직자를 만나고 있어 바쁘다”며 이력서만 냈다.

또 그는 창조한국당에 낸 공천헌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유력 인사들을 사칭했다.

빌린 어음을 한 저축은행에서 할인받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대표에게 자신이 직접 발신번호를 숨기고 전화를 걸어 ‘○○○ 의원실 특보’ ‘금융감독원 부원장’ ‘전 금융감독원장 △△△’라며 “어음할인 대출을 잘 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학력 및 경력 검증이 소홀한 비례대표 공천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1975∼81년 세 차례 사기 및 공갈죄, 2000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문서 위조죄 등으로 처벌받고 2005년 특별 복권된 전력이 있다.

한편 검찰은 “자발적으로 당채를 매입했다”는 창조한국당의 해명과 달리 당직자들이 여러 차례 돈 입금을 요구했다는 이 의원의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문국현 대표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문 대표는 공천심사 종료 전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의원을 만나 “(비례대표) 2번을 주겠으니 나를 도와 달라”고 말했고, 재정국장인 이모 씨는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재정적으로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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