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초병, 朴씨 800m 들어오는 동안 못봤나

  • 입력 2008년 7월 17일 02시 56분


윤만준 사장 사건 설명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박 4일(12∼15일) 동안 방북 조사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윤만준 사장 사건 설명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박 4일(12∼15일) 동안 방북 조사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北초병, 50대 여성 못쫓아가 조준사격 했나

北 총격4회 주장… 목격자 증언과 왜 다른가

사망시간 2번째 정정… 짜맞추기용 아닌가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3박 4일(12∼15일)간의 방북 결과를 비교적 상세히 밝혔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11일 사건 발생 이후 북한 측 설명을 토대로 한 현대아산의 보고나 발표, 그리고 북한 공식담화 등의 내용이 계속 달라지면서 새로운 의혹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증폭되고 있다.

▽북한군 초병, 박 씨 왜 보지 못했나?=피살된 박왕자(53) 씨가 녹색 철제 펜스를 넘어 군사경계구역 안으로 800m(윤 사장이 전한 북한 측 최근 주장)나 들어갔음에도 북한군 초병은 왜 그녀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을까.

박 씨가 11일 새벽 총격을 받았을 당시 사건현장에 총을 쏜 초병 1명 외에 2명의 군인이 더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나머지 군인 2명의 신분과 역할이 이번 사건의 책임 문제를 따지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 사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초병 1명이 박 씨를 발견해 따라와 총을 쐈고 그 다음에 사건현장에 2명의 군인이 추가로 나타나 박 씨의 사망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박 씨를 처음 목격한 초병은 기생바위 근처에서 근무하는 초병이고 나머지 2명은 금강산해수욕장과 접한 경계 울타리 근처에서 근무하는 초병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경계 울타리 근처의 초병 2명이 박 씨가 군사경계구역 내에 들어가는 것을 제때 발견해 저지하지 못한 것이 비극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사장은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발견이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다분히 이번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북측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은 윤 사장 일행에게 “발포는 불법 침입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태도를 고수했다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


▲ 영상취재: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납득하기 어려운 발포 순간=북한군 초병이 박 씨를 따라잡지 못하고 거리가 벌어지는 바람에 조준사격을 했다는 북한 측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비록 북한 군인은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에서, 박 씨는 비교적 표면이 단단한 바닷가에서 달렸다고 하지만 최전방에 근무하는 젊은 남자 군인이 치마를 입은 50대 여성의 걸음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발표 때마다 달라지는 총격 횟수도 계속 논란거리다. 박 씨 피격 당시 현장에서 총소리를 들었던 두 명의 관광객은 “한 발의 총소리가 나고 여성의 비명, 그 다음에 또 총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경고사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북한 측은 사고 직후인 11일 오전 현대아산에 “경고사격(공포탄)을 두 번이나 했다”고 밝혔으나 박 씨를 향한 조준사격 횟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방북했던 윤 사장 일행에게 북한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고사격 1회, 조준사격을 3회 했고 그중 2발을 박 씨가 맞았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확인되지 않는 박 씨의 사망 시간도 핵심 의혹 중 하나다. 사망 시간이 오전 4시 50분∼5시에서 오락가락해 북한 측이 사고 경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짜 맞추기 위해 시간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두 명의 관광객은 “총소리가 난 것은 오전 5시 20분경”이라고 증언해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이 절실하다.

▽북측의 사후 처리 과정도 논란=현대아산 사장이 직접 방북했음에도 북한 대남사업의 책임 있는 인사가 끝내 나타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측이 윤 사장의 방북 일정을 하루 연기하자 실질적인 대남 책임부서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인사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하부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관계자 3, 4명만 면담장에 나타난 것은 ‘북한 측에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윤 사장도 “남북 간 협의의 격(格)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이진아,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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