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人命경시 야만성 드러낸 北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 입력 2008년 7월 11일 22시 36분


어제 새벽 금강산특구 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북한 초병이 남한 여성관광객을 총격 사살 한 것은 인명을 가볍게 여기는 북의 야만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전면적인 남북대화를 제의한 날 이런 일이 벌어져 남북관계가 악화될 우려도 크다. 북 초병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의도적으로 총을 쐈을 개연성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북한 측은 관광객 박왕자 씨가 오전 4시 반경 숙소인 비치호텔 주변의 해금강해수욕장을 거닐다 군사경계지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5시경 피격됐다고 통보했다. 초병이 수차례 정지를 명했는데도 멈추지 않고 뒤돌아 달아나기에 경고사격 후 발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박 씨를 정조준해야 할 만큼 군사시설 보호가 급박한 상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박 씨는 통제구역인 줄 모르고 들어가 변을 당했을 것이 거의 틀림없다. 그러나 오전 5시경이면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때여서 박 씨가 관광객임을 알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박 씨는 비무장 상태의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발포한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피격 현장과 상황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북은 사건 후 4시간 반이나 지난 오전 9시 20분경에야 현대아산에 통보했다. 현대아산 측이 ‘피격 현장’에서 금강산병원장의 확인을 거쳐 시신을 인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은 우리 정부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잉대응에 대한 북측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우리 정부가 직접 현장 검증과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통일부가 현대아산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통보받은 시간은 이날 오전 11시 반경인데 이 대통령이 최종 보고를 받은 때는 2시간이나 지난 오후 1시 40분경이다. 왜 이토록 중대한 사건이 늑장 보고됐는가.

이 대통령은 사건을 알고서도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국회 연설을 마쳤다. 청와대는 “이 사건과 남북대화 제의는 별개였다”고 강변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통수권자로서 당당하게 유감 표명을 한 후 연설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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