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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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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각에서 유임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환율을 비롯한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최중경 차관이 ‘대리 경질’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강 장관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그의 유임을 두고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리경질 있을 수 없어”
민주당은 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세균 대표는 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각을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강 장관은 환율 정책을 잘못한 구체적인 실책이 있으며 경제 기조를 잘못 잡아 경제를 어렵게 만든 실책이 있는데도 차관을 대리 경질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강 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는 정치공세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쇠고기 정국에서 잡은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대여 공세의 고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석) 발의에 따라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81석의 민주당은 자력으로 해임건의안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자유선진당(18석)과 민주노동당(5석), 창조한국당(2석) 등과 공조한다는 계획이다.
선진당은 “강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강 장관 한 명 나가라는 것은 본말전도이자 잘못된 개각을 추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의미가 없다. 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이 돼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민주당과의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에도 부정적 기류 많아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는 해임건의안 제출을 정치공세로 규정했지만, 강 장관을 적극 보호하려는 의원은 찾기 힘들다.
조윤선 대변인은 “강 장관을 경질한다고 현재의 경제난국이 해소될 것이 아님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잘못이 있으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게 제1야당의 본분인데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 부적절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는 강만수 장관 대신 최중경 차관을 ‘대리경질’한 데 대해 “저도 만족스럽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상실은 중요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을 유임시킨 이유가 뭔지 좀 알아봐야겠다. … (내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강 장관 유임은)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 기조가 처음엔 ‘747’(연평균 7% 성장,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강국)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민생 물가안정으로 바뀌었다”며 “이런 상황에 맞는 책임자가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강 장관이 참석한 고위 당정협의회의에서 “(국회가 열리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혼날 준비를 하셔야 한다”며 뼈 있는 말을 건넸다.
물론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정식으로 발의된다면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반대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 장관 유임에 마음 상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까지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란 게 당내 다수 견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각개격파하면 무기명 투표인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