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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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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현 경제상황을 위기로 보고 당초 계획을 앞당겨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는 대로 승용차 요일제 의무화, TV 방영시간 축소 등의 ‘2단계 위기관리계획’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최근 1단계 고유가대책을 내놓으면서 위기라는 표현을 쓰긴 했어도 대통령이 직접 지금 상황을 위기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재정부를 중심으로 경제현안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당초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70달러를 넘으면 시행하려던 2단계 위기관리계획을 배럴당 150달러만 넘으면 즉시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7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38.91달러로 전날보다 1.79달러 떨어졌지만 최근 유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150달러 선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단계 위기관리계획이 곧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유가가 지금보다 12달러가량 더 오르면 △승용차 요일제 전국 실시 △에너지 다(多)소비 사업장에 대한 영업 제한 △야간 전기사용 제한 등의 에너지 절약대책이 도입된다.
승용차 요일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 중 하루 동안 차를 운행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5부제다. 지금은 서울에서 자율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2단계 위기 상황이 오면 전국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사업장으로는 대중목욕탕, 골프장, 놀이공원, 유흥음식점 등이 지목돼 정부의 관리를 받는다. 대중목욕탕은 2주에 한 번씩 쉬어야 하고, 골프장 등 나머지 사업장들은 밤 영업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
정부는 아울러 TV 방영시간을 단축하고 마트 등 연면적이 3000m² 이상인 대형 점포의 외부 조명시설을 영업시간 후에는 끄도록 강제할 예정이다. 주유소와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는 해가 진 뒤에 주유기 등 주요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조명시설의 절반만 사용토록 제한을 받는다.
한편 재정부는 각 부처 장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개편해 매주 금요일에 열기로 했다. 11일 처음 열리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는 에너지절약대책과 함께 중소기업 1곳이 1명을 채용토록 권고하는 ‘1사 1인 채용’과 대기업 1곳이 채용인원을 10% 늘리는 ‘1사 10% 더 채용하기’ 운동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