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北식량사정 심각땐 요청 없어도 지원”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7분


한나라“현재 긴급 재난상황… 인도적 지원을”

통일부선 “긴급지원 필요한 상황 아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북한의 요청이 없어도 식량 지원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요청이 없이도 정부가 식량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그간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어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유 장관은 이날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북핵 등 정치적 문제와 관계없이 보편적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북한이 지원 요청을 할 경우 이를 검토해서 (국제기구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지원할 것이며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지원 요청 없이도 식량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대북 식량지원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유 장관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정부는 북한의 요청을 전제로 한 직접 지원과 북한의 요청 없이도 가능한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카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 인도적 지원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김호년 대변인은 이날도 “현재 북한에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외교부와 통일부 간 ‘엇박자’가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당정협의를 열어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당정 간의 인식차가 존재한다는 점만 확인했다. 당정협의는 한나라당이 정부에 요청해 이뤄졌다.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해 북한이 지원을 요청해 올 경우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현재 상태를 북한의 식량위기 또는 긴급재난 상황으로 보고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긴급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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