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건보 민영화 안해”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곽승준 수석-오연천 교수 긴급 대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개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동아일보는 장기적 국정과제를 총괄하고 있는 곽승준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공공기관개혁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연천 서울대 교수의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곽 수석은 “수석직을 걸고 반드시 제대로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오 교수는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지속적이고 예외 없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기업 부문 GDP 10% 이상 차지”

▽곽승준 수석=세계 경제가 굉장히 좋지 않다. 기업으로 따지면 수익을 내기 위해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비용을 줄여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정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첫째 규제 완화, 둘째 작은 정부,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개혁이 함께 성공했을 때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규제 완화는 부처 간 긴밀한 협조 아래 잘 이뤄지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은 쉽지 않다. 정부는 1차로 정부조직 개편을 했고 이제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 ▽오연천 교수=‘효율적인 정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정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정부’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공기업 부문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그에 따라 공기업과 연관되는 민간 영역의 수익성 향상을 가지고 온다. 이는 정부의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정책 의제다.

▽곽=정부는 ‘업그레이드 코리아’ 계획을 통해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한편 ‘뉴스타트 2008’ 계획을 통해 사회적 소외 계층을 보살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업그레이드 코리아’의 핵심이 바로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개혁이다.

○ “지자체도 환영할 대안 제시할 것”

▽오=총론적으로는 대다수의 국민이 공공부문 개혁에 찬성하지만 각론 부분으로 들어가면 어려워진다. 개별 공기업에는 노조가 있고, 해당 부처의 이기주의도 있으며 지역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은 혁신도시와 맞물려 있다. 해당 지자체장과 지역 주민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저항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곽=교수님 말씀대로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드시 넘겠다. 민간 전문가를 공기업에 배치하기 위한 개혁 인사에 이미 착수했다. 앞으로 모든 기관장은 경영계획서를 써야 하고 3년이 아니라 매년 평가를 받게 된다. 혁신도시는 아시다시피 문제가 많다. 기러기 아빠만 가서는 제대로 된 도시가 될 수 없다. 지자체가 원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각 지자체도 두 손 들고 환영할 대안을 제시하겠다.

▽오=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공무문 개혁은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대선 과정 혹은 정권 초에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1년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대통령이 지속적이고 예외 없는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집권 후 “이것도 내 자식이고 저것도 내 자식”이라는 식으로 현재 공기업의 존재 의미와 상황을 수긍하게 되면 어려워진다.

▽곽=공공기관 개혁은 5가지로 분류된다. 즉각 민영화할 기관이 있고 구조조정할 기관이 있다. 또 경영부문만 민영화하는 부분과 일부 영역에 대해서만 경쟁을 도입할 부분이 있다. 에너지 분야처럼 전체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뒤 민영화 여부를 접근하는 5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주택공사처럼 민간 영역에 과도하게 진출한 분야는 과감하게 통폐합, 기능 조정을 하겠다.

▽오=이번 공기업 민영화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 도로공사처럼 국유지 등을 많이 갖고 있는 공기업은 보유 자산의 일부를 공익시설로 두고 운영시스템만 민영화하는, 즉 경영권만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큰 제약 중 하나가 방대한 토지 등을 보유한 공기업의 처리 문제였다.

▽곽=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공공부문 중에서도 경쟁적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정부가 나서 민영화한다기보다는 경영 민영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 “공공기관 민영화는 기회의 확대… 혜택은 국민에게”

▽곽= 공공부문 개혁의 가장 큰 혜택은 국민이 얻게 된다.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민간 섹터가 확대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철밥통’이 깨지기 시작하면 신규 채용이 늘고, 젊은 공공부문 종사자에게는 승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민영화를 통해 국가 재정이 튼튼해지면 노년층에 대한 복지 혜택도 늘어난다. 이번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자산 매각 수입은 향후 5∼7년 동안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재원은 중소기업 지원, 젊은 층 일자리 마련, 교육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공공기관 임직원이 지배하던 자산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또 공공부문이 민영화되면 공공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개혁의 원칙 중 하나가 공공요금은 경쟁을 통해 낮춘다는 것이다. 또 공공서비스의 안전성 문제를 얘기하는데 수돗물이나 건강보험 분야의 민영화 계획은 전혀 없다. ▽오=공공부문의 통폐합에는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고 구성원들이 방향 정립을 못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롭게 혁신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비용이다. 또 민영화 작업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 노조 등이 반발할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찬성하지만 이해 당사자는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 공공부문 개혁이다. 이를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

::곽승준 수석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위원

△국제정책연구원(GSI) 정책기획실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밴더빌트대 석·박사(경제학)

::오연천 교수는

△정부 공공기관개혁자문위원회 위원장(현)

△한국공기업학회 회장(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뉴욕대 대학원 석·박사(공공재정관리학)

정리=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국내외 민영화 사례와 성공의 조건

▼곽수석 “62개國서 전화-전력-가스 등 400개 공기업 민영화”

오교수 “민영화 땐 서비스 질 하락-가격 상승 우려 씻어야”▼

이날 대담에서는 과감한 민영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국내외 사례가 화제에 올랐다.

곽승준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 중인 ‘업그레이드 코리아’ 프로그램의 핵심이 공공개혁”이라며 “선진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개혁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대표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를 1988년에, 캐나다 국영철도를 1995년에 민영화했다. 좌파 성향이 여전한 프랑스도 에어프랑스와 프랑스텔레콤을 1999년에 각각 민영화하는 데 성공했다.

곽 수석비서관은 “최근 62개 개발도상국을 분석한 결과 2004∼2005년 전화 전력 가스 등 핵심 분야 400개 공기업을 민영화했다”며 “한국은 10년 전 김대중 정부 초기 일부 민영화 이후 공공개혁의 동력이 거의 상실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중공업이 두산중공업으로 민영화된 뒤 담수화사업 부문 세계 1위로 도약했고, 한국통신이 KT로 민영화된 뒤 휴대전화 이동통신 분야 등에서 소비자 혜택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로 민영화된 뒤 수익성은 24.5%에서 33.3%로 상승했고, 한국통신이 KT로 민영화된 뒤에는 11.1%에서 14.4%로 향상됐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민영화 전에 평균 212%였으나 민영화 후에는 9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연천 서울대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가 이전 정부에서 용두사미로 끝난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관료사회가 민영화에 소극적으로 임했고 국회와 노조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오 교수는 “국민은 대개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관련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제대로 공공부문을 개혁하면 그럴 일은 전혀 없다”면서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공공개혁인 만큼 새 정부 초기에 확실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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