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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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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긴급소집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광우병 논란에 대한 정부 대응이 일부 미숙했음을 지적하며 향후 청와대가 종합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는 분야별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간과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청와대에서 챙겨야 한다”면서 “일을 좀 더 치밀하고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장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안일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질책했다는 것.
또 검역 중단 이후 부산항에 보관 중인 미국산 쇠고기 5300t을 언급하며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고 하니 사전 검역을 철두철미하게 해서 국민 불안을 없애도록 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전날까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과 관련한 미국의 지위를 바꾸기 전에는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한미 쇠고기협상 내용을 거론하며 수입 중단 불가 방침을 고수했지만, 이날 이 대통령의 ‘국민건강 위협 시 수입 중단’ 발언으로 하루 만에 태도가 180도 바뀐 셈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시 중단한다”고 말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쇠고기 청문회’에서 긴급 수입 중단에 따른 ‘통상마찰 감수’ 의사까지 밝히고 나서는 등 정부 여당이 긴밀한 사전 조율을 거쳤음을 시사했다.
실제 한나라당이 전날 오전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한승수 국무총리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정부는 청와대와 협의해 오후 변화된 방침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7일 논평에서 “국민 건강의 중요성은 통상마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용단”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조치로 정부가 야당과 일부 여론의 ‘재협상’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듯한 모양새가 됐다는 우려도 여권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타결된 협상의 이행에 들어간 뒤 중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할 경우 기존 계약 일부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기존 협상 무효화를 의미하는 ‘재협상’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