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인 유전자 광우병에 취약하다 단정 못해”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7분


3시간 동안 해명 정부는 2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이후의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3시간 동안 해명 정부는 2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이후의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회견 일문일답

《정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후 일고 있는 광우병 발병(發病) 논란과 관련해 관계 장관 명의의 대(對)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정부가 이날 이례적으로 3시간 가까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 일각의 일방적 주장이 국민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주는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특성상 칼로 무 자르듯 명쾌한 결론을 내기 쉽지 않고 반발도 적지 않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내놓은 자료 및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크다. 또 한국인은 뼈를 고아 먹는 식습관이 있는데 미국산 쇠고기와 뼈를 고아 만든 곰탕이나 설렁탕을 먹어도 안전한가.

“미국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도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령 도축된다고 해도 국제 기준에 따라 위험 부위인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본다. 미국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도축된 쇠고기를 자국민에게 공급하고 있고 뼈를 우려낸 육수를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2000년 이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생길 만한 환자는 거의 다 생겼다고 생각한다.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사례는 2000년 초까지 끝난 것 같다. 또 거의 모든 인간광우병 사례는 영국과 관련성이 있다. 현재 미국 버니지아 주에서 발생한 의심 사례는 아직 인간광우병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주 발표한 강화된 사료 금지조치는 1년 뒤에나 발효되는데 위험은 없나.

“미국은 반추동물로 만든 사료를 소 등 반추동물에게 먹이지 못하도록 하는 사료 금지조치를 1997년 8월부터 시행 중이다. 미국에서 나타난 광우병 3건은 이 사료 금지조치가 시행되기 이전에 발병한 것이다.”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 한국인이 미국인 등에 비해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한국인의 유전자형인 ‘MM형’이 인간 광우병(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감수성 혹은 위험성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은 2005년 미국 빌레이 박사의 보고서에서도 나타나 있다. 대다수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MM형이라고 해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에 노출됐을 때 100% 감염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사람과 소 사이에는 종간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에게 감염되는 광우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려면 많은 양의 SRM을 섭취해야 한다고 본다.”

―조금 쉽게 설명한다면….

“일부 언론이 김용선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우리 국민은 100%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의 한 요인에 의해서 광우병 감염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로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김 교수도 미국산 쇠고기는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30개월 이상 된 소의 등뼈나 뇌, 눈 등 SRM이 수입될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30개월 이상 된 소의 등뼈는 미국 국내법에 의거해 식용이 금지돼 있다. 이 등뼈는 도축 과정에서 파란 색소로 표시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검역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월령 확인이 불가능한 부위가 발견될 경우 전량 반송할 계획이다.”

―광우병이 혈액으로 전염될 수도 있나.

“광우병이 혈액으로 전파된다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젤라틴이나 콜라겐 등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을 통해서도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보는가.

“OIE는 젤라틴이나 콜라겐의 경우 광우병을 옮길 우려가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젤라틴은 대부분 쇠가죽으로 만드는데 지금까지 쇠가죽에서 광우병 병원체인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이전까지는 화장품이나 젤라틴도 광우병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년 전 정부는 혈액, 살코기 등에서도 프리온이 발견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 바 있는데 3년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

“당시 발표는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일부 실험실 연구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혈액이나 살코기에서 프리온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즉 혈액, 살코기가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금지할 논거가 없어졌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한미 쇠고기 재협의 가능한가

―미국이 30개월 이상 된 늙은 소를 폐기 처분하지 않고 한국에 수출한다는 것은 한국을 ‘하수처리장’으로 본다는 것 아닌가.

“일부에서는 미국의 ‘폐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하는데 이런 자극적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에서는 1억 마리 정도의 소가 사육되고 매년 3500만∼4000만 마리가 도축된다. 이 가운데 30개월 이상 된 소는 20% 정도다. 한우는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해 24∼30개월 키우지만 미국은 마블링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사료비를 고려해 대부분 20개월 내에 도축한다. 한국에 팔기 위해 10개월 이상 사료비를 들여 키워서 싸게 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정부는 96개국에서 뼈를 포함한 살코기를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SRM을 수입하는 나라는 몇 개국인가.

“96개국은 따로 SRM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따지지 않고 모든 부위를 수입한다. 광우병과 상관없이 수입한다는 것이다. SRM을 일부러 수입하는 나라는 없다. SRM은 통상적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수입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이 연령과 부위 제한을 두고 있다. 이번 협상안이 발효되면 20개국이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두게 된다.”

―재협의는 가능한 것인가.

“재협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고 위생기준을 국제조건에 근거해 협의한 것이다. 지금 미국이 광우병통제국의 지위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합의한 것이다. OIE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양국 대표가 서명하고 정부가 고시한 사항을 재협상하기는 어렵다.”

―고시(告示)가 된 것인가.

“지난달 22일 입안예고를 했다. 공고기간이 20일이므로 5월 13일 끝난다. 입안예고가 바로 고시는 아니다.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양국이 협의를 거쳐 최종 고시를 하게 된다.”

―20일간의 입안예고 기간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의견수렴을 하는 시간을 감안해서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내 여론에 따라 재협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위생조건 협의는 여론을 가지고 협의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과학적 근거와 기준을 가지고 하는 것이지 여론이나 정치적인 어떤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재협의는 국제기준이 변경되거나 미국이 국제기준상 지위를 발탁당하거나 변경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합의문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합의문을 18일 영문으로 작성해 양국 대표가 서명했다. 이 합의문을 바로 공개하지 못한 것은 그것을 국문으로 다시 번역해서 미국 측에 이의가 없는지 확인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에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7일 국회 청문회를 통해 공개하겠다. 그 과정에서 언론에도 공개될 것으로 본다.”

■정부 담화문(요지)

정부는 4월 18일 미국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제기하는 안전성에 관한 문제들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BSE(소해면상뇌증·일명 광우병)는 영국에서 1986년에 처음 확인되어 주로 유럽지역에서 1992년에는 3만7000여 건까지 보고되다가 영국을 중심으로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보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급여 금지 조치가 시행된 1997년 8월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아직까지 BSE가 확인된 사례가 없다. 다만 BSE가 3건 발생했지만 모두 동물의 동물성 사료 급여 금지 조치 이전에 태어났거나(2건) 외국에서 수입된 소(1건)로 밝혀졌다.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전체 국민은 물론 미국을 여행하는 많은 여행객이 먹고 있다. 또 미국에서도 뼈에서 우려낸 육수를 수프나 스테이크 소스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나라가 승인하는 도축장에서 작업된 것만 수입된다. 우리나라 특별점검반을 미국 현지 도축장에 보내서 미국 도축장에서 수입위생조건대로 작업이 되는지 등을 점검하겠다.

2008년 5월 2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정 운 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김 성 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