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기 교체에 수억씩… 이사비 140억 넘어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정부 “부처 이전해도 책상 등 그대로 둔다”더니…

《2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각 부처의 이사비용이 14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정부 부처들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택배업체에 지급한 이사비용 △인테리어 공사비 △새 집기 구입비 △폐기물 처리비 등의 명세를 받아본 결과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19개 기관이 사무실 이전과 재배치에 쓴 돈은 모두 142억592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간과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입된 현금만 따져본 결과다.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은 금융위원회의 이사비용은 제외했다.》


○ 버린 후 새로 산 집기 상당수

정부 부처 이사비용
부처총이사비용(원)
국무총리실9억2000만
기획재정부11억5242만
교육과학기술부12억800만
외교통상부4911만
통일부6억5497만
법무부11억800만
행정안전부11억9526만
문화체육관광부2억4690만
농림수산식품부8억9200만
지식경제부11억600만
보건복지가족부23억2305만
환경부2억2800만
노동부8억2800만
여성부8200만
국토해양부9억7472만
법제처3890만
방송통신위원회4억5400만
공정거래위원회4억2599만
국민권익위원회3억1857만
142억592만
자료: 각 부처 정보공개 청구 결과 종합(금융위 제외).

당초 행정안전부는 부처 이전 계획을 발표할 당시 “책상 등은 그대로 두고 개인용 컴퓨터와 서류 등 필요한 물품만 옮기겠다”고 했으나 정보공개 결과 각 부처가 이사하며 새로 구입한 사무집기 비용이 상당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옛 해양수산부가 이전하면서 사무실에 남겨둔 집기를 길거리에 내놓고는 방치해 물의를 빚었던 보건복지가족부는 새 집기 구입에 6억1224만 원을 썼다. 총이전비용이 23억2305만 원인 복지부는 책상 의자 칸막이 서랍장 등을 구입하는 데 이 돈을 쓰고 칸막이 설치 등 시설공사에는 9억134만 원이 더 들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옛 해양부 건물을 내주면서 집기를 남겨둔 국토해양부는 총이전비용 9억7472만 원 중 4억6995만 원을 사무집기 구입에 썼다고 밝혔다.

집기를 버린 두 부처가 새 집기 구입에 쓴 돈이 10억8000여만 원에 이르는 셈.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에서 옆 건물인 별관으로 이사한 통일부는 총이전비용 6억5497만 원 중 사무집기 구입에 6937만 원을 썼다. 통일부는 올해 2월 정부중앙청사에서 불이 났을 때 훼손된 집기도 이 비용으로 새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부내 1471개 자리 중 1343개 자리는 전에 쓰던 집기를 재활용했지만 128개 자리의 집기를 새로 구입하면서 2억1260만 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차관실을 새로 만들며 구입한 가구와 인테리어 비용이 2153만 원이라고 밝혔다.

○ ‘주먹구구식’ 이사

부처들은 새로 사무용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부서별 배정면적과 책상이 맞지 않거나, 전에 장관실이나 전산실 회의실 등으로 쓰던 방을 사무실로 배정받아 그대로는 쓸 수 없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

모 부처의 담당 과장은 “사람과 컴퓨터만 옮기면 될 거라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되겠느냐. 위에서 재촉해 정말 경황없이 이사했다. 복지부가 집기를 방치한 것도 그런 와중에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부처들은 또 이런 이사비용을 이사 전까지 추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부처의 담당 과장은 “부처가 어떻게 개편될지도 막판까지 몰랐는데 비용을 어떻게 미리 계산하겠나”라며 “이사를 하면서 돈이 얼마가 들어가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처 이사비용을 각 부처가 10%씩 절감하기로 한 예산에서 나오는 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한편 이름이 바뀐 부처들은 부처 로고 제작과 홍보비에도 2000만∼1억 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