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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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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상위 20위 중에는 한나라당이 15명을 차지해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2007년도 연간 120만 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모두 3604명(7782건)이 국회의원 276명에게 고액 후원금을 제공했다.
이는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414억3944만 원의 26.4%에 해당하는 것으로 2006년 고액후원금 비율 24.3%와 비슷했다.
○ 실세일수록 ‘큰손 후원’ 많아
무소속 이해찬 의원은 지난해 2억2150만 원을 받아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 2억1150만 원,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강재섭 대표가 각각 1억8240만 원과 1억735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전체 후원금이 2억9810만 원으로 모금 순위 9위에 올랐던 이해찬 의원은 고액 후원금 비율이 74.3%에 달했다. 전체 후원금이 3억467만 원으로 4위를 차지한 강재섭 대표 역시 고액 후원금 비율이 56.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세일수록 기부 단위가 큰 ‘큰손’ 후원자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다만 지난해 3억1142만 원의 후원금을 받아 전체 모금액 순위 2위에 올랐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고액후원금이 6950만 원(44위)으로 22.3%에 불과해 고액 기부보다는 소액 후원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직업란 아예 비워둔 경우도
지난해 국회의원들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7782건 중에 직업란을 아예 비워둔 경우는 145건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이는 2004년 20.6%, 2005년 8.3%, 2006년 5.2% 등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직업을 ‘회사원’으로 표기한 경우가 1029건(13.2%)에 달해 사실상 직업을 감춘 후원자들이 적지 않았다. ‘자영업’으로 표시한 경우도 1200건(15.4%), ‘기업인’ 188건(2.4%), ‘직장인’ 105건(1.3%) 등으로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소속 단체를 밝히지 않고 익명의 그늘에 숨는 관행은 여전히 계속됐다.
지난해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이해찬 의원의 경우 52명이 고액 후원금을 보냈으나 소속 직장을 밝힌 후원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1명의 후원자는 직업을 모두 ‘사장’ ‘의사’ ‘자영업’ ‘사업’ ‘대표이사’ 등으로 기재했다. 2위인 최인기 의원은 50명 가운데 1명이 ‘대불대 총장’으로 신원을 제대로 밝혔을 뿐 나머지는 ‘사업’(36명), ‘회사 임원’(9명) 등 소속 직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3위인 안상수 의원은 64명 중 62명이 소속 직장이나 단체를 비교적 정확히 밝혔고, 4위인 강재섭 대표 역시 47명 중 41명이 신원을 정확히 밝혔다.
○ 이색 기부자
기업인들의 후원도 많았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에게 200만 원을 후원했다.
구자균 LS산전 대표는 민주당 문석호 의원에게 500만 원을 냈고,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은 민주당 정세균 의원에게 2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민주당 김종인 의원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과 25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에게 500만 원, 박승환 의원에게 300만 원을 기부했다. 고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신분으로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하다 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민주당 김현미 우상호 노웅래 우제창 의원에게 매달 20만 원씩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정치인이 정치인에게
지방의회 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후원금은 사실상 ‘보험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충용 서울 종로구청장은 종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200만 원을 후원했다. 임동규 전북도 도의원은 민주당 장영달 의원에게 200만 원을 보내는 등 지역구 의원 챙기기도 적지 않았다.
현역 국회의원들끼리 후원금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같은 당 이명규 의원에게 300만 원을 후원했고, 고희선 의원은 홍준표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민주당 이계안 의원은 한명숙 의원에게 500만 원을 냈고, 민주당 송영길 정장선 임종석 의원은 창조한국당 김영춘 의원에게 각각 200만 원씩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