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과거만 갖고 오늘과 미래를 살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재일동포 리셉션서 ‘새 한일관계’ 시사

“경제협력 더 강화… 재일동포 참정권 해결돼야”


20일 오후 일본 도쿄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리 멀지 않은 역사 속에서 마음 상한 일도 있었지만 과거 마음 상하는 일을 갖고 미래를 살 수 없다”면서 “과거는 잊을 수 없지만 과거만 갖고 오늘을 살고 더더욱 미래를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자세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새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외교’ 기조에 맞게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한일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 정부와는 달리 (일본에 대해) 다른 요구는 없지만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더 강화하려 한다”면서 “일본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 기업인들과의 합작이나 진출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4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일본 도쿄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동포 리셉션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이종승 기자
4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일본 도쿄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동포 리셉션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이종승 기자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얻으면 3년 안에 선거를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 규범에 맞는 법을 만들었다”면서 “가까운 일본에서 참고해야 한다. 이쯤에서는 지방 참정권도 주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의 대북 현안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따지면 6자회담에서 핵을 포기시키자는 것과 일본 납북자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뒤 “일시에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남북, 북-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한일 젊은이들이 많은 왕래를 할 수 있도록 워킹홀리데이 제도 시행에 대해 내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 2월 숭례문 화재 당시 민단이 복원 성금으로 2000만 엔을 기부한 것과 관련해 “정말 고맙기 짝이 없다. 여러분의 애정과 조국에 대한 지원들이 대한민국이 가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 앞서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박을 하고 그동안 서운했던 한미 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신뢰를 갖게 됐다”고 자평했다.

도쿄=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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