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반도전문가 시게무라 교수 李정부 미래 진단

  • 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한반도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 와세다대 교수는 15일 출간된 ‘한국의 품격’이라는 저서에서 한국 사회가 국제 무대에서 품격을 찾아야 할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한반도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 와세다대 교수는 15일 출간된 ‘한국의 품격’이라는 저서에서 한국 사회가 국제 무대에서 품격을 찾아야 할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무조건 北지지-언론 탄압에 종언

한국, 이념 떨치고 품격 되찾을것”

《“한국은 드디어 세계사의 조류로 돌아와 품격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보수 성향의 한반도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63) 와세다(早稻田)대 국제교양학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 출범 이후 한국을 ‘품격’이라는 화두로 진단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북한 쪽에서 한국에 올 차례”라는 말 한마디로 대북관계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또 새 정부가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한국’을 국정 방향으로 내세운 것도 품격 있는 한국을 선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15일 본보 기자와 만난 그는 마침 이날 출간된 저서를 내밀었다. 새 정부하의 한국의 미래를 전망한 책으로 제목이 ‘한국의 품격’(사진)이었다.》

―한국이 세계사의 흐름으로 돌아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세계사에서 사회주의가 실패했다는 결론이 난 것이 1990년대이다. 한국은 군사정권 등을 거치면서 이 같은 흐름에서 10∼15년 뒤처졌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국은 뒤처짐을 만회하고 21세기의 흐름에 올라탔다. 새 정부는 ‘북한 환상’에 종언을 고하고 원한의 정치에서 벗어나 세계에 열린 자세로 임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 제목에 ‘품격’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말 그대로 한국이 확연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품격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정부는 북에 아부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조건 북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동포의 인권 문제를 돌보지 않은 태도는 민족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해 품격이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 또 21세기 민주주의란 언론의 자유가 떠받치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과거 두 정부는 언론을 탄압하고 보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 점에서도 국가의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

―한반도 전문가로서 한국의 장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권위주의 시대 여당의 가장 큰 문제는 부정부패였다. 일부 수구세력이 다시 부정부패에 빠지려 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단호히 끊느냐가 중요하다. 10년간 정권을 놓다 보니 정치의 프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대통령이 빨리 ‘정치의 프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정치를 싫어하다니 무슨 말인가.

“대통령이 세력다툼이나 대의명분보다는 실리만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경제 대통령이라 해도 정치는 중요하다. 경제와 정치는 차이가 크다. 경제는 열심히 하면 성과가 나오고 국민의 지지도 받는다. 그러나 정치는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성과가 나오라는 법이 없고, 성과가 나왔다고 국민이 꼭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각료 인사나 지난번 총선에서 공천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혹 이런 이치를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를 우선시한다면 국민의 납득과 동의를 기준으로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20일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다. 한일관계는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180도 달라질 것이다. 일본 정치인들은 역대 두 정부와는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다. 그들이 한일 교류라는 이름하에 일본의 ‘좌익’만 상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일본인들의 관심사인 납북자 문제만 해도 이 대통령이 한국인 납북자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정권이건 처음에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말하다가 독도나 교과서 문제, 역사 문제 등이 불거지면 원점으로 회귀하곤 했다.

“한일 간에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문제가 있더라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 이건 굉장한 변화다.”

그는 궁극적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지려면 양국이 정규 교과과정에서 서로의 현대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인들은 학교에서 1900년대 이후 한국의 역사, 가령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배우지 못했다. 한국도 1945년 이후의 일본 역사는 거의 배운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

―한반도 통일을 경계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일본인들은 한반도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위협에서 일본을 지켜준 고마운 존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가 일본을 공격한 적은 없다. 통일은 언제가 될지 몰라도 분명 이뤄질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그때가 한일 협력을 제대로 해볼 최후의 기회이다. 예컨대 최초의 10년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을 텐데, 그때 일본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역사에 남을 한일 협력이 될 것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시게무라 도시미쓰는▼

1945년 출생.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한 후 마이니치신문사에 입사. 1975년부터 1년간 고려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1979∼1985년 서울특파원, 1989∼1994년 워싱턴특파원을 지냄. 이후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2004년부터 와세다대 교수로 재직. 한반도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해 TV 신문 잡지에서 단골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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