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시작도 전에…” 한나라, 돈뭉치 폭탄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차량에서 발견된 돈뭉치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한나라당 예비후보 김택기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 차량에서 적발한 돈 다발들. 김 전 의원은 이날 B 씨에게 4000만 원을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돼 공천을 반납했다. 사진 제공 정선군선관위
차량에서 발견된 돈뭉치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한나라당 예비후보 김택기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 차량에서 적발한 돈 다발들. 김 전 의원은 이날 B 씨에게 4000만 원을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돼 공천을 반납했다. 사진 제공 정선군선관위
공천반납 3시간 만에 후보 교체… ‘진화’ 부심

“공심위, 문제 공천 밀어붙인 책임져야” 비난

野 “차떼기 부활” 한나라 “출당 등 일벌백계”

4·9총선 후보 등록 첫날인 25일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금품살포 혐의 때문에 후보직을 사퇴하고 공천권도 반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나라당은 당내 권력투쟁이 겨우 수습되는 시점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지자 총선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정당 공천을 받은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예비후보는 공천과정에서 최고위원회의와 당 윤리위원회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던 인물이어서 공천을 확정한 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야당은 이날 일제히 “‘차떼기 당’이 다시 부활했다”며 한나라당에 공세를 퍼부었다.

○ 4000여만 원 건네다 적발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의 한나라당 김택기 예비후보는 24일 자신의 측근에게 4000여 만 원의 금품을 건네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한나라당은 25일 물의를 일으킨 김 후보가 공천을 반납한 지 3시간 만에 최동규 전 중소기업청장을 새 공천자로 선정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고 김 후보에게는 엄중 경고를 내렸다”며 “한나라당은 이미 선거법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당 선거대책위 ‘깨끗한 선거 추진단’ 단장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출당 등 고강도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심위 책임론 ‘고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금권 선거 논란이 일자 당 안팎에서는 ‘공심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에 대해서는 공천 과정 중 당내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공심위가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공천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는 김 후보가 자동차보험 사장 시절인 1993년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과 16대 총선 때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철새 전력’을 이유로 확정을 보류했고 공심위에 재의까지 요청했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 후보를 비롯한 12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 후보 등 대다수 인사들의 공천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당규에 따르면 공천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공천을 받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의까지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계파 공천의 후유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공심위에 들어간 주요 당직자가 분명히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 윤리위원장은 또 “부적격 후보를 낸 것을 지역구민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더 이상 후보를 내면 안 되는 것”이라며 새 후보를 내세운 공심위와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공천 직후 ‘친박연대’와 무소속 연대가 결성돼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의 논공행상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데 대해서도 공심위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심위가 공천 발표만 할 뿐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함구해 낙천자들의 “보복을 당했다”는 논리가 득세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공심위가 낙천자들의 반발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여론을 주도한 것과 대비된다는 것.

○ 야당 “차떼기 정당” 공세

통합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김택기 씨 개인의 일이라기보다는 부패 정당과 차떼기 정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생얼굴이 드러난 사건”이라면서 “금품을 건네는 장면을 보면 5년 전 (한나라당의) 차떼기의 현장을 그대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차떼기를 반성한다고 천막당사까지 옮겨가는 쇼를 했지만 결국 허물을 벗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대국민 사과의 의미로 해당 지역에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개혁공천과 물갈이를 했다고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는 한나라당이 부패 정당의 면모를 벗지 못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진보신당 송경아 대변인도 “한번 몸에 밴 버릇이 어디 가겠느냐”고 비난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후보는 공천 당시에도 전과자 공천, 철새 공천의 시비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면서 “공천도 유력 계파에게 돈으로 산 공천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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