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낙천의원들 “여론조사 월등히 앞섰는데…”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50분


김무성 ‘눈물’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다른 당은 ‘감동 공천’을 하는데 한나라당은 ‘감정 공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영한 기자
김무성 ‘눈물’
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다른 당은 ‘감동 공천’을 하는데 한나라당은 ‘감정 공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영한 기자
■ 영남공천 거센 후폭풍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최고위원은 14일 “청와대가 개입해 무원칙한 공천을 하고 있다”면서 부적격 공천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은 한마디로 ‘청와대 기획, 밀지(密旨) 공천’이다”라며 청와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결재를 받는 공천이 이뤄지고 공천심사위원들은 자존심을 팔았다. 공천 기준은 오로지 ‘청와대 마음대로’였다”며 “공심위는 청와대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 거수기였다는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심위의 영남 지역 공천 결정을 부결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친(親)박근혜계 의원들의 대거 공천 탈락과 관련해 “박근혜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하는 데 김무성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며 나를 몰아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선에서 패배한 장수의 목부터 치는 보복의 정치로는 한나라당의 미래도, 정치 발전도 있을 수 없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지지율 10%대 초반 인사도 공천”

김무성 최고위원이 주장한
'여론조사 역행한 공천' 대표 사례
지역구예비 후보1차 조사2차 조사
부산 유기준41.543.3
조양환(공천)21.019.2
부산 사상권철현52.951.0
장제원(공천)21.118.4
부산 금정김세연39.835.0
박승환(공천)21.616.2
대구 달서을이해봉39.548.7
권용범(공천)10.112.0
경북 안동권오을 31.9
허용범(공천) 13.9
경기 안산상록을홍장표48.738.9
이진동(공천)13.711.3
경기 용인 수지한선교45.843.4
윤건영(공천)18.113.3
경기 이천-여주이규택39.442.1
이범관(공천)9.211.7
경기 포천-연천고조흥39.941.9
김영우(공천)21.014.8
경기 용인 처인이우현36.334.8
여유현(공천)10.37.8

김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도중 “여론조사가 다섯 배나 앞서는 현역 의원이 아무 이유도 없이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배포한 ‘부적격 공천 사례’ 자료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예비후보들 중 3, 4위에 머물렀거나 경쟁자에 비해 20∼40%포인트 뒤졌음에도 공천을 받은 곳이 전국적으로 10여 곳이었다.

당 지도부와 공심위가 제시한 공천 기준에는 여론조사 외에도 도덕성, 의정활동 능력, 당 기여도 등이 포함돼 있으나 당선 가능성의 지표인 여론조사 결과와 명백하게 배치되는 공천은 문제가 있다는 게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대구 달서을의 경우 친박근혜계 현역인 이해봉 의원은 두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의 지지도를 보였으나, 10%대 초반의 권용범 VNK네트웍스 대표에게 밀렸다는 것.

부산 서구에서 40%대 초반의 지지도를 기록한 유기준 의원은 20% 안팎의 조양환 부산시의원에게 공천 티켓을 내줬고, 친이명박계 권철현 의원은 부산 사상에서 50%대 초반의 지지도를 나타냈으나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인 장제원(20% 안팎) 전 경남정보대 학장에게 고배를 마셨다는 주장이다.

부산 금정에선 친이명박계 박승환 의원이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렀으나 30%대 후반의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대표를 눌렀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렸음에도 공천을 따낸 충북 청주 흥덕갑의 김병일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론하면서 “안강민 공심위원장도 ‘후회되는 몇 군데 중 하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병일 위원은 이날 공천 확정이 보류됐다.

그가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당에서 공천심사를 위해 복수의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것. 한 당직자는 ‘김 최고위원이 제시한 여론조사 수치가 정확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지를 죽이고 적을 공천”

김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을 하고 국회의원을 하던 사람이 공천을 받고, 10년 동안 고생고생하며 한나라당을 지켜온 아무 하자 없는 동지들은 낙천을 했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서울 은평갑과 동작갑의 안병용, 권기균 당 부대변인은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민국당으로 출마해 공천 관련 당규 9조의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원회는 이날 안 부대변인에 대한 공천을 보류했다.

김 최고위원은 인천 중-동-옹진의 박상은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에 대해서도 “김대중 정부 때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해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하다 이상득 당시 사무총장이 검찰에 고발했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박 씨는 이후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대외직명대사를 맡았다. 박 씨의 공천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보류됐다.

김 최고위원은 “17대 총선에서 경기 구리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전용원 의원을 낙선시켰던 주광덕 씨가 이번에는 전 의원을 꺾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며 “동지를 죽이고 적을 공천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또 “경기 이천-여주 공천자인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은 김대중 정부 초기 대통령민정비서관으로 있으면서 한나라당을 탄압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까지 거론됐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김 최고위원의 ‘부적격 자료’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당에서는 열린우리당 출신인 정덕구(충남 당진) 전 산업자원부 장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이현재(경기 하남) 전 중소기업청장, 노무현 정부의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경기 안양 동안갑) 씨에 대한 공천 부적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은 조만간 이들에 대한 ‘공천 반대 의견’을 당에 공식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민정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한나라당을 옮겨다닌 김택기(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전 의원, 구의원 선거 때 금품살포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전 인천 서구청장도 14일 공천이 보류됐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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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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