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대통령과 국민, 함께 先進化 이루자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당면 국가과제 정부-국민 공감대부터 형성을

인수위 ‘노 홀리데이’ 같은 ‘하는 척’은 안 통해

정권이 고통 먼저 치르고 솔선해야 국민 동참

이명박 정부가 오늘 출범했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에 시작되는 새 정부 임기 5년의 의미는 자못 심대하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는 계승하고, 부(負)의 유산은 청산해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오늘 틀에 박힌 덕담 대신 정부와 국민이 5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보며 선진화의 조건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가의 당면 과제를 직시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대통령과 국민이 할 일과 안 할 일,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에 대해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도 결국 국정의 선후를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데 정부는 공허한 이념 논쟁과 과거사 캐기에 몰두했으니, 정부와 국민이 따로 굴러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예로 들어보자.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협정을 타결한 것은 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지 못한 채 물러났다. 세계화와 경제통합의 물결 속에서 FTA의 확대 없이 선진화의 인프라스트럭처는 결코 구축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 중남미와도 조속히 FTA를 추진해야 한다. 한미 FTA 비준에 묶여 전진하지 못하면 5년 후 우리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6자회담의 동력을 살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투명한 검증절차를 거쳐 북핵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도록 해체해야 한다. 북핵을 해결하지 못하고 5년이 흐르면 한국은 북핵의 인질이 되고, 주변 4강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찾기 어렵다.

21세기의 화두는 에너지와 기후변화다. 미국 러시아 EU 일본 같은 경제대국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공업국이 한 치 양보도 없이 자원외교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매장량이 한정된 석유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에너지 확보에 못지않게 신(新)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진력해야 한다.

눈을 안으로 돌리면 작은 정부와 규제 혁파가 화급하다. 일본 와타나베 요시미 행정개혁상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관(官) 주도형 성장은 과거 일본의 특기였으나 세계화 시대에는 안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의 창의성을 높이고 관의 간섭을 줄이는 공무원 개혁은 하늘의 소리, 국민의 소리”라며 “공무원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일본은 침몰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도 이럴진대 새 정부의 ‘작은 정부’ 개혁안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누더기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총인구는 올해 4860만 명에서 2013년 4910만 명으로 늘어난다. 인구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재정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2005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7.7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했지만 205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1.5명이 고령자 1명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된다. 이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무슨 재원으로 해나갈 것인가.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도 2040년으로 앞당겨지리라는 불길한 예고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개혁하는 시늉이라도 냈지만 세금으로 부조를 받는 적자 공무원연금은 노무현 정부에서 손도 대지 않았다. 구조조정이 없는 철밥통에 연금마저 국민연금보다 몇 배 좋으니 젊은 인재들이 앞 다투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이 돼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에게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될 각오를 하고 ‘작은 정부’와 ‘작은 공무원연금’으로 가야 한다.

겉모양만 작다고 작은 정부가 아니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간섭과 규제를 줄이는 정부가 진정 작은 정부다. 직업 관료들의 영혼을 깨워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은 잘하는 척, 열심히 하는 척 하는 쇼에 속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노 홀리데이’를 자랑했지만 그렇다고 실질적으로 이룬 것은 뭔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고유가 속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회복하는 일도 긴요하다. 지난 5년간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밑돌았고, 잠재성장률은 4%대로 떨어졌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력 회복이 필수적이다. 대외 여건의 악화로 성장률 목표치를 6%로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 달성하기가 벅찬 현실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채용을 늘리기 위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민간의 의지와 창의가 원동력이 돼야 한다.

국가의 경쟁력과 성장동력은 장기적으로 결국 인재의 질과 양에서 판가름 난다. 선진국들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면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은 대학 입시제도 개편 정도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일선 교사와 학부모도 인재를 기르는 교육,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교육에 눈떠야 한다.

선진국이 되자면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정부와 국민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국민에게 문화 향수의 기회를 확대하고 정신문화를 장려하면 사회적 화합과 갈등 치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 승리의 도취감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4월 총선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겹쳐 이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불신은 사소한 데서 불거지기 마련이다. 엄정한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장관 후보자는 과감히 걸러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려면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 청와대 비서관들부터 솔선해 땀을 흘리고 희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 또한 ‘떼 법’과 집단이기주의, 부정부패, 공동체 정신의 약화 같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법을 존중하는 의식과 문화가 필수적이다. 법질서만 제대로 지켜도 국내총생산(GDP)이 1% 오른다는 보고가 있다.

국민 모두가 집안 살림을 챙기듯 국가 살림을 챙기는 진정한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도 국민이 방관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정부와 국민이 손을 맞잡고 선진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역사적 소명(召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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