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이 盧대통령에 주는 훈장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5년전 관례 깨고 “퇴임때 받겠다”… 결국 각의서 스스로 결정

정부는 28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의결했다고 국정홍보처가 국무회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영예 수여안이 의결됨에 따라 향후 적절한 시점을 택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훈장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의 배우자, 우방의 원수와 그 배우자, 우리나라의 발전과 안전보장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 원수와 그 배우자에게 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 이 훈장은 정권을 이양하는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수여를 의결해 새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훈장을 받도록 했다. 김영삼 정부 이전에는 신임 대통령이 훈장을 패용하고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러나는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공무(公務)를 시작하지도 않은 대통령에게 훈장을 주는 사례는 외국에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관례’를 깼다. 2003년 1월 27일 “신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상징하는 무궁화대훈장의 취지는 잘 알고 있지만 취임식 때보다는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치하 받는 의미에서 퇴임과 함께 받는 것이 타당하다”며 훈장을 사양한 것.

하지만 5년 전의 전망과 달리 노 대통령 임기 중에, 그것도 노 대통령이 자신의 ‘공적’에 대한 훈장 수여를 자신이 결정하는 이상한 모양새를 연출하게 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민이 노 대통령 재임 5년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한 것이냐”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는 전통을 세우지 못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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