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계파별 공천안배’ 물밑 작업 진행중인 듯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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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박재완 정부혁신 규제개혁태스크포스팀장(가운데)과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1일 국회 의안과에 정부조직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박재완 정부혁신 규제개혁태스크포스팀장(가운데)과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1일 국회 의안과에 정부조직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나라당이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지만 물밑에서는 계파별로 공천자를 안배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표 측 중진 의원이 자파 공천 보장 희망자 85∼90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에 전달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은 이와 동시에 이날 처음으로 분당(分黨) 가능성을 거론해 ‘강온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 “계파 간 배분이 현실적 대안”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 측과 박 전 대표 측이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계파 간 배분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양측 대리인이 머리를 맞대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공천이 잘못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분당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양 진영 온건파들이 계파 배분으로 타협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재섭 대표도 이 당선인 측에 별도로 30여 명의 공천 희망자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당선인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 “박 전 대표, 분당 진지하게 고민”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공천이 정당 개혁과 정치발전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공천이 잘못된다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가능성에 탈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의 비민주적인 당 운영에 맞서다 탈당했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표가 심각하게 분당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엄포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측근은 “분당을 제외하면 무슨 카드가 있느냐. 전략적으로라도 분당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 의원과 원외 인사들이 분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온건파들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쪽인 반면 강경파는 “시간 끌기에 말려들지 말고 당장 분당을 추진하자”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이 분당설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 당선인 측 인사는 “공천심사위 구성을 앞두고 당을 압박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분당설을 흘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 공심위 구성 막판 힘겨루기

양측은 공천심사위 구성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당 총선기획단 멤버인 정종복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공심위원장 후보는 2∼3명으로, 나머지 위원은 2배수로 압축했다”며 “23일 오후 회의에서 공심위 구성안을 확정해 24일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와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최고위원, 이 당선인 측 이 사무총장은 22일까지 회의를 통해 공심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이 내정된 가운데 당내 인사 5명은 이 당선인 측에서 이 사무총장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친(親)이명박’ 성향의 박순자 의원도 여성 몫으로 거론된다. 이 사무총장 선임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 측이 “전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강창희 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추가로 유승민 이혜훈 의원, 이성헌 전 의원 중 한 명이 추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강 대표 몫으로 이명규 의원 등이 거론된다.

5명의 외부 인사는 강 대표가 주도해 인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계파 안배 없이 학계, 시민단체, 문화계의 권위자 중 중립적 인사로 외부 인사를 채운다는 방침이다.

후보로는 서울대 송호근 박명진 교수, 이화여대 강혜련 교수, 건국대 이은재 교수, 한국자유총연맹 이춘호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거론되는 인사 중에 ‘친이명박 성향’이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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